연준, 통화정책 운영방식 재편 선언
워시 “금리결정 없는 회의, 통화정책 전략 논의”
잦은 결정, 금융시장 단기 변동성·피로 유발 지론
월가 “비둘기파적 변경…인플레 신속대응 지연”
한번 금리결정 파급력↑…시장 충격 커질수도
[헤럴드경제=정목희·도현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동시에 내년부터 금리 결정 회의 횟수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만기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이와 함께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현재 연간 8차례인 금리 결정 회의를 2027년 7차례, 2028년 6차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FOMC 전체 정례회의 횟수는 연 8회로 유지한다. 금리 결정 회의 대신 내년에는 한 차례, 2028년에는 두 차례를 장기적인 통화정책 전략과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데 할애하겠다는 구상이다. 연준이 1981년부터 유지해 온 통화정책 결정 방식이 45년 만에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G10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이 회의 일정 변경을 ‘비둘기파적(dovish)’으로 해석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금리 결정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한 번의 금리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 결정 쵯수를 줄이면 정책 담당자들이 경제 상황을 더 깊이 검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회의 한 번의 중요성이 커져 금리 결정 때마다 시장 반응이 더욱 격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NBC뉴스는 정례적인 금리 결정 기회가 줄어들면 예상치 못한 경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소개했다. 금리 결정 기회가 줄어들면서 정책 대응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회의 때마다 이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워시의 발표에 시장이 벌써 불안감을 내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케빈 플래너건은 “채권시장이 한 번은 공개 발표를 하지 않는다면 왜 (FOMC) 회의를 8차례나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플래너건은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미 국채 금리는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다음해 금리 결정 횟수를 줄인다는 발표에 장기물 금리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 금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FOMC 회의가 한 차례 줄어들 경우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장기물 금리 상승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날 미 국채 30년물의 금리는 FOMC 발표 전 5.32%에서 5.37%로 5.3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리 결정 횟수를 줄이는 것이 오히려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의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면 정책 결정자들이 더 많은 경제지표를 확보할 수 있어 경기 상황의 의미 있는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 상황이 급변해 긴급한 정책 대응이 필요할 경우 연준이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론의 근거다. 실제로 연준은 과거 여러 차례 긴급회의를 개최해 경제·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례가 있다.
블룸버그는 기준금리 결정 축소가 워시의 ‘전매특허’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7월 회의에서도 워시는 연준의 연간 정책회의 횟수를 8회에서 6회로 줄이는 방안을 제기했다. 회의 빈도를 줄이면 회의 사이에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4년에는 일명 ‘워시 리뷰(Warsh Review)’로 알려진 영란은행의 투명성 연구를 수행하면서,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기존 연 12회에서 8회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지나치게 잦은 회의는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과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당시 영란은행 총재였던 마크 카니 현 캐나다 총리는 실제로 이 제안을 받아들여, 2016년부터 영란은행의 금리 결정 횟수를 연 8회로 줄였다.
워시 의장이 예고한 ‘기준금리 결정 없는 FOMC’는 다음해 10월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리서치 회사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오마이르 샤리프 사장은 다음해 10월 회의가 분기별 전망 발표가 있는 두 회의 사이에 열리기 때문에 금리 논의가 없는 첫 번째 회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샤리프는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는 정책 변경 사이에 12주간의 공백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음해 발표 일정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비롯한 여러 데이터를 한 번이 아닌 두 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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