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마클 인터뷰에 英 ‘왕실폐지론’ 재점화…젊은층은 해리 왕자 부부 편
‘왕실 현대화’ 기대받던 해리 부부 ‘전근대성’ 폭로
왕실 “심각히 다루겠지만 사적으로” 선 그어
젊은층은 해리 부부에 더 공감 기류도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영국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인터뷰가 일으킨 파문이 오랫동안 제기되던 ‘영국 왕실폐지론’에 다시 불을 붙인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불화가 공개된 데다 앤 공주가 이혼하고 앤드루 왕자와 세라 퍼거슨이 별거하기 시작한 1992년의 ‘끔찍한 해’가 영국 왕실에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왕실 폐지론’ 다시 나오나

영미 언론은 해리 왕자 부부가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로 왕실에 ‘폭탄(Bombshell)’을 떨궜다고 평가한다.

일반에게 가장 충격은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이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힌 점이다.

부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왕실의 ‘전근대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 CNN방송은 “부부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사건들은 유연성이 결여된 왕실이 21세기를 사는 대다수 보통사람이 겪는 문제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AP]

왕실의 낡은 모습은 폐지론에 다시 불을 붙일 전망이다.

ABC방송은 “해리 왕자 부부는 한때 왕실 쇄신과 현대화의 해답처럼 여겨졌다”면서 “그런 이들이 왕실로선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언급했다”고 짚었다.

왕실 역사학자 케이트 윌리엄스 리딩대 교수는 “해리와 마클은 왕실 현대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슈퍼스타였다”면서 “부부가 왕실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느낀 이유가 왕실이 인종차별과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부부를 지원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점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영연방국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 물러나면 영국 왕을 상징적으로나마 국가수장으로 두는 헌법을 고칠 기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그 자녀들. [로이터]
해리 왕자 부부와 자녀. [게티이미지]

영국 정치인들에게 왕실은 건들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 직후 보리스 존슨 총리는 관련 질문을 받고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은 채 “여왕과 국가와 영연방을 통합하는 여왕의 역할을 최고로 존경해왔다”고만 답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총리실 대변인은 9일 존슨 총리가 인터뷰를 시청했다고 확인하면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가 왕실을 공중분해시키고 있다는 잭 골드스미스 상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총리실은 논평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사안과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영국만큼 영국왕실 문제에 관심을 두는 미국 여론은 대체로 해리 왕자 부부 편인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축시를 낭독한 흑인 여성시인 어맨다 고먼을 비롯해 저명인사들이 인종차별 폭로에 주목하며 마클을 지지했다.

[AP]
여론은 왕실 편…젊은 층은 해리 왕자 부부 편

영국에 본사를 둔 국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영국인 46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보니 ‘여왕과 왕실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36%로, ‘해리 왕자 부부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자(22%)보다 많았다.

영국 내 여론은 일단 왕실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다만 18~24세 젊은 응답자에선 해리 왕자 부부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48%로, 여왕과 왕실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자 15%보다 확연히 많았다. ‘아무에게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1%였다.

25~49세는 ‘아무에게도 공감하지 않는다’가 32%로 최다였고, 해리 왕자 부부에 공감한다는 쪽(28%)이 여왕과 왕실 쪽(24%)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델타폴의 조 트와이먼 국장은 “젊은 층에서 마클 지지도는 (마클보다) 훨씬 전통적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 지지도와 비슷해 더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마클을 싫어하는 점과 대비된다”면서 “왕실이 여성권이나 정신건강에 대해선 완고하게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는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AP]

인종차별 등 젊은 층이 심각히 여기는 문제에 왕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왕실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폐지론이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

왕실은 9일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가 방송되고 40시간 만에 내놓은 첫 입장을 통해 “사안이 매우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라면서도 “가족 내부에서 사적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텔레그래프는 여왕이 ‘기억은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인지 측면에서 전부 동의할 수 없음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 등은 ‘사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한 부분을 들어 해리 왕자 부부가 제기한 인종차별 주장에 ‘선을 그으려’ 시도했다고 짚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