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재선, 보우소나루 복귀 저지

헝가리 오르반 16년 집권도 선거로 막 내려

이스라엘 네타냐후 진영 과반 확보 실패

고물가·부패 불만에 美중간선거도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닷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권 탈환이 좌절됐고, 헝가리에서는 16년간 권력을 유지한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스라엘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연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고물가와 부패,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국경을 넘어 선거 결과를 뒤흔들면서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과 세르비아, 헝가리에서 치러진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세력에 잇따라 타격을 안겼다. 이스라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은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국가마다 정치적 상황은 다르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기존 권력에 대한 불신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거리에서 결선 투표 승리를 확정지은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거리에서 결선 투표 승리를 확정지은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가장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예상 밖의 선거 결과가 나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브라질 선거당국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51.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보우소나루 후보를 약 440만표 차이로 따돌렸다.

이번 선거는 브라질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남미 영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로도 주목받았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비우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초 그를 만났으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비판하며 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의 승리는 최근 중남미에서 이어진 우파 정치세력의 약진에도 제동을 걸었다. 앞서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 등에서는 보수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하며 지역 정치 지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브라질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보우소나루 가문의 복귀 대신 현직 대통령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 승리 후 브라질이 어느 나라의 ‘뒷마당’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주권을 강조했다.

헝가리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 티서당이 승리하면서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페테르 머저르 티서당 대표가 총선 승리 후 헝가리 국기를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AP]
헝가리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 티서당이 승리하면서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페테르 머저르 티서당 대표가 총선 승리 후 헝가리 국기를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AP]

유럽에서도 장기 집권을 이어온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 헝가리에서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오르반 전 총리가 이끄는 집권 피데스당이 패배하면서 16년간 이어진 집권이 막을 내렸다. 친유럽 성향의 보수 정치인 페테르 머저르가 이끄는 야권은 의회에서 개헌이 가능한 수준의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오르반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유럽 정치 동맹으로 꼽혀왔다. 반이민 정책과 보수적 가치관을 앞세운 정치 노선은 미국 공화당 내 강경 보수세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JD 밴스 부통령을 현지에 보내 오르반을 지원했으며,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이 헝가리 경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공개적인 지원에도 헝가리 유권자들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세르비아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25일 총선에서 학생 시위에서 출발한 야권 연합이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집권 세력을 꺾었다. 부치치 대통령은 12년간 세르비아 정치를 주도해 온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세르비아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학생 주도 야권 연합이 승리하면서 장기간 정권을 주도해 온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했다. 사진은 이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부치치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AP]
세르비아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학생 주도 야권 연합이 승리하면서 장기간 정권을 주도해 온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했다. 사진은 이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부치치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AP]

세르비아의 정권 교체 움직임은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2024년 기차역 지붕 붕괴 사고로 16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부실 공사와 부패 의혹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확산했고, 이 운동이 선거를 통해 집권 세력을 위협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념보다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을 앞세운 야권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중동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이 선거 승리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지난 27일 치러진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연합은 전체 12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과반인 61석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야권은 48석, 아랍계 정당들은 19석을 확보하면서 어느 진영도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과 미국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지지하며 그의 집권 연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하마스의 공격과 이후 가자지구·레바논·이란으로 이어진 전쟁을 둘러싼 책임론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권 지도자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선거 이후 국민이 변화를 선택했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게티이미지닷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게티이미지닷컴]

다만 이스라엘에서는 아직 정권 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제1당을 유지한 가운데 향후 연립정부 협상 결과에 따라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아랍계 정당들의 지지가 새로운 정부 구성의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야권 내부에서도 이들과의 협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정 협상이 실패하면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를 단순히 세계적인 반우파 흐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브라질에서는 좌파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헝가리에서는 보수 성향 야권이 정권을 교체했고, 세르비아에서는 학생들이 주도한 정치운동이 집권 세력을 무너뜨렸다. 이스라엘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는 세력의 이념적 성향은 다양하다. 정치적 좌우 구분보다 경제적 불만과 부패,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고물가와 높은 휘발유 가격,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미시시피와 켄터키 등에서 잇따라 지원 유세에 나서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에 불리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민주당은 생활비 부담과 부패 문제를 연결해 공화당을 공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일반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보다 부유층과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우선한다는 메시지를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정치 참여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민주당의 하원·상원 선거운동 조직이 소액 기부자들로부터 모금한 금액은 약 5억7400만달러로, 공화당 측의 1억4300만달러보다 약 4배 많았다. 다만 공화당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일론 머스크 등 거액 기부자들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어 소액 기부 규모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란 공격 임박했나”…美중부사령관, 트럼프에 군사작전 직접 보고[1일1트]

“이란 공격 임박했나”…美중부사령관, 트럼프에 군사작전 직접 보고[1일1트]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옵션을 직접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19885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