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사탕 100개 평균 16.96달러
5년새 71% 급등, 지난해보다 15% 올라
초콜릿 대신 라면·학용품 나눠주는 가정
사탕 판매량 6% 감소, 소비 위축 현실화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에서 할로윈 사탕 가격이 5년 새 71% 급등하면서 사탕 대신 라면을 나눠주는 가정까지 등장했다. 고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사탕 구매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대체품을 찾으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할로윈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 업체 파이낸스버즈가 인기 할로윈 사탕 17종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사탕 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15% 상승했다. 사탕 100개가 담긴 봉지의 평균 가격은 16.96달러로, 2021년 대비 7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탕 가격 상승 폭은 다른 식료품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에서 최근 1년간 채소 가격은 약 6%, 소고기 가격은 약 9% 올랐다. 사탕값 부담이 커지면서 ‘저렴한 할로윈 사탕 대용량’과 ‘저렴한 할로윈 사탕 구매처’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5000% 이상 급증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에 거주하는 타미 아돌프슨(63)은 올해 할로윈을 앞두고 사탕을 나눠주지 않는 방안까지 고민했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트럭 운송 회사를 정리하고 은퇴한 뒤 가계 예산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전통을 포기하지 못해 결국 초콜릿 90개가 담긴 봉지를 21.39달러에 구입했다. 대신 이달 외식 한 번을 줄이기로 했다.
아돌프슨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즐거운 전통조차 높은 가격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번 달에는 외식을 한 번 포기하겠지만 전통을 지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사는 레니 터핀(30)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주택을 구입한 그는 새로운 동네에서 맞는 첫 할로윈을 위해 사탕을 준비하고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일주일치 식료품 비용에 해당하는 약 100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터핀은 “가격이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며 “할로윈 전통이 이제 재정적인 부담이 됐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부담은 실제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한 달간 미국의 할로윈 사탕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NYT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200여명 가운데 약 90%가 사탕 가격 상승으로 구매 방식을 바꿨다고 답했다.
특히 초콜릿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기후 요인에 따른 글로벌 카카오 공급 위기로 지난해 카카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거나 제품 용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웹 조사 업체 아피파이(Apify)에 따르면 리스 미니어처 초콜릿 한 봉지의 무게는 지난해 17.6온스에서 올해 15.8온스로 줄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1.50달러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젤리나 과일맛 사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워 패치 키즈와 스키틀즈, 너즈 구미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가정에서는 사탕 대신 학용품이나 장난감 등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일리노이주 라운드레이크에 거주하는 교사 앤지 베이시는 올해 할로윈 선물을 인스턴트 라면으로 대체했다. 할인 행사에서 개당 10센트에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실링턴에 사는 신시아 토마셋은 사탕과 함께 학용품과 스티커를 준비하고, 사탕이 떨어지더라도 추가 구매는 하지 않기로 했다.
사탕 대신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가정도 있다. 유나이티드웨이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매건 필러는 25달러짜리 사탕 한 봉지를 구입하는 대신 남편이 만든 소고기와 콩을 넣은 칠리를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필러는 “칠리 한 통을 만드는 비용이 사탕 한 봉지보다 저렴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샐리 라이언 와이어트 소비재·식품서비스 인사이트 담당 부사장은 “사람들은 할로윈을 기념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라며 “사탕이 여전히 일부를 차지하겠지만 예전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신 조금 더 창의적인 방식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격 부담에도 전통을 유지하려는 소비자들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크데일에 거주하는 미치 콜린스(71)는 올해 아이들에게 나눠줄 초콜릿과 사탕 270개를 준비하는 데 269달러를 지출했다.
콜린스는 “어린 시절 할로윈에 커다란 초콜릿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