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들려온다. 절규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이내 사그라들고 붉은 입술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말을 건네려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 침묵 속 절규를 듣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역사에서 성적, 신체적 폭력을 겪은 여성들의 참혹함과 그 트라우마 이후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인도의 여성 뉴미디어 작가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ㆍ68)의 작품 ‘모국-인도’. 공간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이 영상 작품은 5개의 스크린이 와이드하게 펼쳐 진 가운데 뒤쪽에 설치된 스피커 사운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완벽한 연극적 경험을 선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인피니트 챌린지’展에서 볼 수 있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