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드라마 ‘밀회’ 속 이선재(유아인)는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타고난 천재 피아니스트다. 반면 극중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 유아인 대역을 맡은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또래 유학생 어느 누구보다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힌 노력파였다.

“저는 원래 피아노를 부드럽게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극중 이선재의 캐릭터에 맞춰 강하게 건반을 두드리고 있어요. 얼마 전 부산에서 연주회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선재처럼 동작을 크게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죠. 유아인씨가 광기있지만 남자답고 묵직한 이선재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줘서 제가 피아노 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는 연초에 독일 유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여성 피아니스트로부터 “유아인 대역으로 슬림핏에 키가 큰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심이 있다고 밝히자 곧바로 밀회의 클래식 슈퍼바이저를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소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프로필과 사진, 연주 동영상을 보냈는데 당장 다음날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오디션곡은 밀회 2회때 이선재가 한강다리 위에서 쳤던 베토벤 열정 3악장인데 제가 한번도 안 쳐본 곡이었어요. 그날 새벽 5시까지 그 곡을 다 외워서 갔죠”

오디션날 머리 스타일을 유아인과 비슷하게 바꾸고 간 송영민을 보고 안판석 PD는 “아인이랑 싱크로율이 90%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고 안판석 PD의 팬이 됐는데 함께 작업을 하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동갑내기인 유아인씨도 친구처럼 대해줘서 촬영장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매번 놀라웠지만 특히 7회에서 유아인씨가 스페인 광시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완벽해서 놀랐어요”

밀회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피아노 연주장면을 모두 동시녹음으로 진행했다. 제대로 된 피아노가 아니라 세트장에 방치된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안 PD를 비롯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밀회 종영 이후에는 함께 출연했던 연주자들과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2회 때 김희애와 유아인의 듀엣 연주로 화제가 됐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는 원래 20분짜리 곡인데 5분50초 정도로 편곡됐고 방송에는 2분50초 정도 나갔어요. 방송에 나가지 않은 부분 등을 관객들께 라이브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송영민은 어릴 때 아랫집에 사는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듣고 집에 돌아와 고대로 쳐낸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 7살때부터 피아노학원을 다니다 중학교 때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무소르그스키 국립음악원 부속 영재 음악학교를 수석 졸업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옮겨 데트몰트국립음대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피아노학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독일에 처음 갔을 때 한 오디션장에서 ‘네가 아니어도 피아노 치는 사람은 많다. 다른 길을 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죠. 그러다 라이프치히국립음대에 가서 갑자기 피아노가 확 늘기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게랄드 파우트 교수의 클래스에 들어가 배운 것이 행운이었죠”

라이프치히국립음대를 최우수 졸업한 그는 이탈리아 페다라 국제콩쿠르 1위,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 실내악콩쿠르 3위 등을 기록했고 베를린 국제음악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2011년 라이프치히에 있는 게반트하우스 대공연장에서 드보르작 피아노협주곡 Op.33 협연을 통해 정식으로 유럽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17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이듬해 귀국해 연주자로 활동하다 밀회에 참여했다.

“앞으로 서게 될 무대에서 밀회 속 천재 피아니스트 대역이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다니게 될테니 부담되는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제가 선택된 것이 감격스럽고, 시청자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초심을 잃지않고 겸손한 음악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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