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3일째입니다. 안타깝기 짝이 없게도 구조에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대신 희생자 시신을 수습해 숫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그저께 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또 하나의 밤을 보내고 무거운 맘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기자가 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일을 거꾸로 짚어 봅니다. 어두운 색상의 출근복을 이틀째 입었다는 것, 밤새 뒤척이다 TV를 켜놓고 깜빡 잠 들었다는 것, 초등학교 교감인 고교동창생과의 저녁약속에서 알코올을 최대한 줄이고 TV를 쳐다보며 작은 근심이라도 보태려 노력했다는 것, 고작 이 것뿐입니다. 무엇 하나 해 줄 게 없습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17일 박근혜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 중 가족들 대기장소인 진도체육관에 도착하여 탑승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17일 박근혜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사고 현장을 방문 중 가족들 대기장소인 진도체육관에 도착하여 탑승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깁니다. 지금 상황이 여차하면 최악이 될 수 있다기에 친구와 그럴만한 이유를 놓고 고민하다 몇가지 사실을 나름 찾아냈습니다. 지금 불행에 처한 이들은 다 불행합니다. 생명은 모두 존귀합니다. 다만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다수이기에 그들의 안타까움을 먼저 헤아려 본겁니다.
어디에 있는지 영문도 모를 240명 이상의 학생들은 고2년으로 대다수 17세입니다. 그들의 부모는 40세에서 40대 중반이 주류로 추정됩니다. 그런 그들은 누구인가요. 세월호로 상처받을 처지인 그들의 ‘세월’이 별납니다. 우선 학생들의 부모의 부모, 그러니까 그 학생들의 친가 외가 합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국전쟁 통에 태어났거나 자란 분들입니다. 눈물겨운 생명력의 결정체인 겁니다. 그런 분들이 낳아 애지중지 키운 자녀가 짝을 지어 낳아 길러 온 핏줄이 바로 저 학생들입니다. 얼마나 귀한 자손인가요.
더 자세히 볼까요. 생사불명의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모두 산업도시 안산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고통스런 IMF때 결혼해 구조조정이라는 살풍경 속에 지금 아들딸들을 낳았습니다. 허리띠 조이면서도 자식만큼은 잘 먹이겠다며 밤낮 노력했을 겁니다. 특히 그들의 부모이자 학생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역시 IMF 당시 ‘쉰세대’로 몰리면서 뼈아프게도 실직의 아픔을 직접 겪었거나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입니다.
그러기에 안산 사람들, 이웃 사랑 또한 각별하다고 합니다. 지금 내 일처럼 일손을 놓고 가슴조이며 구조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오늘 조간을 장식한 간절한 소망을 적은 피켓을 든 안산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그들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며 남겨 둔 책이며 옷가지들. 여러 철부지 생필품들이 가득한 교실에 자물쇠가 채워졌다는 소식입니다. 그 모든 것이 유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입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아 동분서주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위기관리 모습과 비견될 정도로 뜻하는바 컸다는 생각입니다. 부디 새로운 계기나 전환점이 됐길 바랍니다.
관계 당국은 물론 범 정부 차원에서 정말 긴장해야 합니다. 일부 뉴스에는 아들딸이 잘 못이라도 되면 기름을 부어 따라 죽겠다는 엄마의 절규를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앞서 기자가 단원고 부모들의 삶의 궤적을 글로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기에 그랬던 겁니다.
지금 오전 10시, 다시 눈을 처참한 사고현장으로 돌려봅니다. 인간의 한계를 실감할 따름입니다. 모든 기능을 저버리고 대가리 밑동만 남긴 채 꼬나 박힌 듯 바다 속에 처박힌 저 폐허의 흉물 몸통하나 제대로 제압 못하고 허둥대는 저 허약한 기술과 무력이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저 허약한 인간들이 천길 푸른 물위와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저 아뜩한 창공을 겁 없이 헤집고 다닌 죄 클 뿐입니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요인을 모르지 않습니다.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할 정도라는 것 말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무릎을 꿇고 빌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초자연이 수백 명의 귀한 생명을 온전하게 돌려주기만 한다면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