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미국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를 슬픔에 빠뜨린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2년 5월 이 지역 인디언 트레일(Indian Trail)에서 계부에게 폭행을 당해 2년여 동안 두개골 파열로 인한 치명적인 뇌손상과 언어 장애를 겪던 ‘카일라 데이븐포트(Kilah Davenportㆍ당시 3세)’ 양이 지난달 13일 숨졌다는 소식에 미국인들은 자기 일 처럼 애통해 했다. 아동학대 중범죄로 기소된 계부에게 법원은 92~123개월(약 7~10년)형을 선고했다.
국민들은 “재판은 끝났지만, 형량은 죄값에 못미쳤다(Justice was served, but the punishment will not fit the crime)”며 분노했다. 그리곤 국회를 중심으로 ‘카일라법’(Kilah’s law)의 제정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 법은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학대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bodily or physically or mental), 지속적(protracted)인 고통을 겪게 되면 가해자에게 2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의성의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적용이 된다. 지난해 12월 만장일치로 하원을 통과한 이 법은 상원의 승인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칠곡 ㆍ울산 계모 사건에서 두 아이가 끔찍한 폭행에 못견뎌 숨졌는 데도 우리 법원이 내놓은 판결은 징역 10년과 15년에 그쳤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면피성 설명에 여론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의 법원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 ‘디케(Dike)’의 모습을 형상화한 여인상이 있다. 눈을 가린 채 왼손엔 공정한 법의 적용을 의미하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엄격한 법 집행을 의미하는 칼을 쥐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에 있는 여신상은 눈을 뜨고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살펴 그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겠다는 뜻이며 법전은 따뜻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말과 뜻은 그럴듯 하다. 하지만 ‘하늘로 소풍을 떠난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다면, 법원은 눈 뜬 장님이요, 법전은 휴지조각일 뿐이다. 두 아이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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