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 마이 갓, 너 정말 유러피안이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나이스에게 사만다는 이렇게 말했다. 1987년 11월 19일, 부산에서 태어나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미국 뉴저지 베로나(사만다)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 파리(아나이스)로 입양됐다. 입양 당시 서류에 쌍둥이로 기록돼있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25년을 살았다. 기적 같은 만남의 끈은 ‘페이스북’이었다.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사만다의 영상을 본 아나이스의 친구가 다리를 놔줬다. “아나이스, 너랑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있어!” 이들의 만남은 지난 2013년 체이스북 10대 뉴스로 선정됐다. 25년 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사만다 푸터먼, 아나이스 보르디에)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트윈스터즈’)로 남겨져 3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쌍둥이 자매 사만다 푸너먼과 아니이스 보르디에가 한국을 찾았다. 사만다의 이야기처럼 프랑스에서 자란 하얀 피부의 아나이스는 ‘유럽의 발랄한 20대’ 같았고, 미국에서 자란 아나이스는 까맣게 태운 피부가 활동적인 LA의 20대처럼 보였다.
2013년 처음 만난 이후 두 사람은 가족이자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친구로 3년의 시간을 보냈다.
“와. 황당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더니 이내 ‘Stoked’라고 말했다. 우리말로 옮기면 ‘대박’ 정도. 쌍둥이 자매는 웃음이 많았다. ‘입양아’라는 기구한 운명에 절절한 눈물과 상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입을 모으던 ‘입양아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마주 앉은 자매는 밝고 건강했다. ‘꺄르르’거리는 웃음소리도 닮았다.
“아나이스도 저도 마찬가지예요. 가족들이 나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앞으로 계속 그럴 거라는 걸 알아요. (입양돼 만난) 가족들, 오빠와 부모님이 없는 삶을 한 번도 상상해본 적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어요. 한국에서 이 영화를 계기로 입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사만다)
그간 미디어에서 다룬 ‘입양’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과 달리 쌍둥이 자매의 다큐멘터리는 지난 2년간 변화한 자매의 일상을 담담하고 사랑스럽게 담았다. 20대다운,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다운 다큐멘터리다. 물론 아나이스는 “입양됐다는 걸 알았을 때 슬프기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난 어디서 왔는지, 날 버린 한국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뿐, 그들은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사만다는 뉴욕공연예술학과를 거쳐 2009년 보스턴대학에서 인류학과 공연예술을 전공했다. 두 명의 오빠를 둔 귀여운 막내다. 취미는 서핑과 스케이트 보드. ‘게이샤의 추억’(2005) ,‘21 앤드 오버’(2013) 등에 출연했고, 지금은 입양아와 그 가족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킨드레드’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외동딸 아나이스는 프랑스에서 자라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 대학에서 패션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했다. 브랜드 ‘제라드 다렐’에서 가방과 구두 디자이너로 일하는 세련된 파리지앵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두 사람은 “음식 취향, 주근깨, 작은 손” 등 닮은 점도 많고, 서로를 만난 이후 “나도 잘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메시지를 보내는 것, 종종 널부러져 있는 것. “매일 같이 느껴요.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웃음)”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는 과정은 두 사람에게도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9개월 내내 “황당한 이야기를 담는 동안” 자매는 그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쌍둥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는 “치유와 같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이야기가 입양된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입양아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겐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고, 입양된 사람들의 경우, 혹시라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하고 싶었죠. 우린 입양아라는 사실도 괜찮고, 우리의 삶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사만다)
함께 걸어갈 ‘닮은꼴’ 친구이자 가족을 만난 두 사람은 3년 전 서로를 모르고 살았을 때와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족이 많아진거죠. 추수감사절에 양쪽 식구가 다 같이 모였어요. 사람이 많아 자리 잡기가 힘들더라고요.(웃음)”(아나이스)
“가족엔 정의도 없고, 경계도 없어요. 인생에서 스스로 받아들이려고 선택하는 사람은 가족이 되는 거죠.”(사만다)
아직 생모를 만나진 못 했지만, 그 만남이 이뤄진다면 쌍둥이 자매는 “또 한 번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또 한 사람, 가족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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