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우크라이나 다음은 아제르바이잔?’
크림공화국의 러시아와의 합병 이후 카스피해 연안의 아제르바이잔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옛 소련 영토를 수복해 ‘21세기 차르’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먹잇감이 아제르바이잔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원조’ 크림, ‘나고르노-카라바흐’ =아제르바이잔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남서부 자치주 ‘나고르노-카라바흐’다.
1920년 코카서스 지역 국가가 소련연방에 복속된 직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 공화국 영토로 귀속됐다가 이후 스탈린에 의해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환원됐다. 하지만 주민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을 감안해 자치 공화국 지위로 남았다. 1989~1992년 사이 아르메니아인과 아제르바이잔인 간의 분쟁으로 대량 학살이 일어났고, 1994년 러시아가 개입해 평화협정이 맺어졌다. 이후 러시아는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력 4000명을 이 지역에 주둔시키고 있다.
아심 몰라자드 아제르바이잔 의회의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은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지금 크림에서 일어난 일이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먼저 일어났다. 동일한 참여자(러시아)에 의한 같은 시나리오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은 국토의 20%를 잃었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가 아르메니아를 추동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긴장감을 높일 경우 양국간 평화는 20년만에 깨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에 “러시아는 ‘트랜스코카서스’(코카서스 산맥 남쪽 지역)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지역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푸틴은 아제르바이잔을 직접 침공한 적이 없지만 아르메니아 등 이웃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아라스턴 오루즐루 이스트웨스트 연구소장은 블룸버그에 “아제르바이젠이 우크라이나 다음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립이 오히려 위험 =아제르바이잔은 지정학적으로 좀 복잡하다. 옛 소련 위성국인 폴란드, 발틱 3국과 달리 아제르바이잔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약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ㆍNATO)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이스라엘로부터 드론, 미사일체제를 구매하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인 터키와는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와 서방과의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자원 덕분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지난해 전체 수출 가운데 석유와 가스가 95%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국내총생산(GDP)가 740억달러로 옛 소련 연방 국가 가운데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크고,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5.8%, 올해 5.6%로 탄탄하다.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권력자 중 한명이지만, EU 회원국에 중요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서방의 묵인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터키의 지중해 항구를 거쳐 원유를 공급받는 제1의 무역국가이며, 독일, 프랑스, 러시아 순으로 교역을 많이 하고 있다.
푸틴은 아르메니아는 이미 가입된 유라시아 관세 동맹을 아제르바이잔에게도 가입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전달하는 카스피해의 유일한 관문이기 때문에 푸틴의 시야에서 멀어질 수 없다. 러시아는 카스피해에서 군대를 훈련 중인데다가 카스피해 함대를 최근 현대화시켰다.
베이퍼 쿨루자다 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외교자문은 “유감스럽게도 러시아는 관세동맹과 유라시아연맹 계획을 통해 옛 소련을 복구하려고 한다”고 우려하면서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을 카라바흐, 다제스탄 국경, 해상 등 3면을 통해 공격해 올 수 있다. 우리 전략파트너들은 이를 염두하고 너무 늦기전에 행동을 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크림 이후 러시아 게임에 더이상 규칙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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