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撞球)!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고 손이 어느새 큐대를 향해 부르르 떨게 만드는 단어이다…(중략)…진정한 당구의 묘미(妙味)를 알 수 있게 해주는 4구, 화려하고 아름다운 3쿠션, 박빙(薄氷)의 승부 포켓볼. 옛말에 ‘바늘 가는 데 실 간다’와 같이 ‘큐대 가는 데 초크 간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심오하면서도 우리에게 어떤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것 아닌가?…(중략)…그에겐 과학(科學)이 숨어 있다. 입사각(入射角)과 반사각(反射角)의 묘미. 또 그에겐 철학(哲學)도 숨어 있다. 성공과 실패 속에 느끼는 만감의 교차, 상대편과 느끼는 이러한 느낌이 바로 철학이 아닐까?”

인터넷에 떠도는 우보(牛步)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패러디한 ‘당구예찬’은 당구를 모르는 이들도 읽는 순간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국에 당구 동호인은 대한당구연맹 추산 1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당구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정착했다. 그러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당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준비 과정은 간과하기 쉽다. 일본말 일색이던 용어를 한글로 순화하는 운동이 일었지만, 일본말의 잔재가 당구장에서는 아직까지 여전하다. 당구장에 여러 대의 당구대가 놓여 있다 보니 에티켓도 동호인이라면 지켜야 할 상식이다.

▶당구 입문은 용어 순화부터=한국에 처음 당구가 알려진 것은 조선시대 순종 때 왕실 실내 스포츠로 도입되면서부터다. 1912년 매일신보는 순종이 창덕궁에 옥돌대 두 대를 설치하고 즐겼다고 전하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파주정’이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당구장이 문헌에 남아 있다.

이처럼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당구 용어는 일본말 일색이다. 100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심지어 이들 용어는 어원이 불분명하거나 엉터리 일본어로 변질돼 왔다. 예를 들면 다마(たまㆍ공), 히끼(ひきㆍ끌기), 오시(おしㆍ밀기), 다이(だいㆍ테이블)는 그래도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똥창(코너), 쫑(키스), 돗대(1점), 떡(두 공이 붙은 상태)은 어원조차 불분명하다.

짱꼴라(단축비껴치기), 우라마와시(바깥돌리기), 오마와시(안돌리기), 학고마와시(옆돌리기), 조단조(되오기) 등 아직도 당구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용어들을 순화해서 사용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게 용어 순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참당구운동협의회가 지정ㆍ보급하고 있는 당구 용어는 프로 선수들 간에도 용어가 통일되지 않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과거 당구 용어 정리가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수준이었다”며 “기술 분류가 세분화되지 않아 모호한 부분이 있었던 만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용어를 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티켓 준수는 기본=금연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당구장도 여성 동호인들이 늘면서 점차 흡연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성들의 회식 후 2차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 술에 취해 경기에 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테이블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함은 자제하고, 다른 테이블 경기자와 접촉했을 때 인사하는 것은 비단 당구장에서만 지켜야 할 에티켓은 아니다.

또 담배를 물고 경기를 하거나 당구대 위에 놓고 경기를 할 경우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 큐를 좌우로 흔들거나 초크 가루를 털어내기 위해 당구대에 때리는 행위도 금물이다. 테이블 위에 두고 같이 사용하는 초크는 개인이 1개씩 갖고 다니면서 사용하면 초크 가루가 바지에 묻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경기자가 자문을 구하기 전에는 상대선수나 관전자는 일체의 훈수를 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친근한 사이라도 임팩트 순간에 말을 걸거나 경기자 옆에 바짝 붙어 있는 행위는 상대방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국민생활체육당구연합회 관계자는 “당구는 최고의 신사도 경기이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라며 “경기의 질적 향상과 스포츠 당구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플레이 중에는 기본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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