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 때 이른 고온현상으로 벚꽃이 예년에 비해 열흘 이상 일찍 피었다. 머뭇대다간 자칫 꽃구경 제대도 한번 하지 못할지 모른다. 화들짝 놀라듯 찾아와 급히 사라질 봄, 말 그대로 봄의 실종이다.
봄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걱정도 커진다. 한쪽에선 꽃놀이가 한창이라면 다른 쪽에선 잇따라 비상 경보음이 울리는 격이다. ‘봄철 악재 4제’ 그 사연을 들여다보자.
1.(대형)산불 공교롭게도 올해 4월5일 식목일(청명)일은 토요일이다. 산으로 들로 행락객이 줄을 이을 것이다. 산불이 문제다. 지난 1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60여건 중 절반 이상이 봄철에 일어났다.
식목일을 전후로 4월초부터 중순까지 툭하면 큰 불길이 산야를 뒤덮고 전체 산불 피해의 95%를 차지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맘때면 바람이 거칠고 또 건조현상이 심하다. 나무를 심으로 산을 오른 이들과 또 불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 때다. 때문에 작은 불씨가 걷잡을 수 없는 대형화마가 되기에 안성맞춤이다. 치명적인 것은 담뱃불. 사소한 부주의가 화근이라는 의미다.
최근 또 양양 일대 야산에 큰 불이 있었다. 기억할 것이다. 2005년 4월5일 식목일. 양양 일대 대형 산불로 대표적인 관동팔경이자 천년 고찰 낙산사의 동종이 녹아내리는 사찰이 거의 전소 되다시피 할 정도로 피해는 막심했다.
단한 번의 불은 50년이라는 참담한 빚을 남긴다. 타버린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반세기, 그러니까 두 세대 이상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애써 심고 가꾼 산림을 한꺼번에 태워 없애는 무지부터 각성할 일이다.
2.독한 황사 겨울철 며칠에 한 번씩 찾아와 온 국민의 불쾌지수를 끌어 올린 미세먼지에 이어 이번에는 또 하나의 불청객 봄철 황사가 우울을 더한다. 오는 4일이 문제다. 아주 강하고 지독한 황사가 올 것이라는 예보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고비사막과 네이멍구 지역을 통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상승기류가 만들어져 1~2일 정도에 현지에 황사가 발생하고 이어 모래바람이 중국 북동부 지역을 지나는 기압골 후면을 타고 이동해 3일 밤이나 4일 오전 우리나라로 찾아들 것이라고 한다. 주말 만개하는 꽃 소식에 나들이 준비로 들떠야 할 때 하필이면 독한 황사다.
주목해야 할 것은 네이멍구의 광활한 지역에 가뭄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 지역 3월 평균 강수량은 0.5mm로 평년보다 4.6mm가 적다고 한다. 55년 만에 찾아 든 최악의 가뭄이라고 한다.
춘천=김명섭 기자 msiron@ 강원도 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된 가운데 23일 오전 경춘 고속도로 강촌 IC에서 이동차량에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춘천=김명섭 기자 msiron@
3.AI방역 고병원성 조류 인풀루엔자(AI)가 관심 밖으로 사라진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겨울과 봄을 고스란히 비상상황으로 날려 보낼 처지다. AI 발생 2개월 만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가 200만 마리를 넘어설 정도로 피해는 역대 두 번째.
방역당국이 걱정하는 것은 봄철 행락객들의 분주한 움직임이다. 처음에는 철새 떼가 병원균을 옮기지만 이제는 차량이나 사람 등 이동수단에 묻어 옮겨지는 수평전파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전남과 경남 지역의 경우 구례 광양 영암 나주 하동 산청 진주 등 곳곳에 꽃놀이 장소가 밀집돼 있어 AI 발병지역 통제에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한다. 군 단위 지역 축제가 봄꽃처럼 만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 달간 이어질 완도·청산도 슬로우걷기 축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문화축제가 줄을 잇는다.
김명섭 기자 msiron@ 연일 계속되되느 폭염속에 팔당댐 녹조들이 한강으로 흘러 내려 오면서 한강 상류지역이 녹색 빛을 보이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4.‘녹조라떼’ 녹조현상이 벌써 고개를 쳐든다. 역시 때 아닌 고온현상이 주범이다. 환경당국은 낙동강을 시작으로 녹조가 조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수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강이나 하천에 녹조현상이 심각해지자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한 4대강 공사가 원인이라며 일부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녹조현상을 ‘녹조라떼’에 비유해 비난하기도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원래 여름철부터 운영하던 ‘낙동강 수질관리 태스크포스’를 두 달 앞당겨 1일부터 가동키로 했다.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암보의 지난달 최고 기온이 각각 24.1도, 24.6도까지 오르는 등 때 이른 고온 현상이 나타난 데다 경남·북 지역의 이달 기온이 평년(12~14도)보다 높고 강수량은 평년(61~162mm)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돼 녹조가 조기에 발생할 것이 확실시 된데 따른 것이다.
환경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운영하던 ‘갈수기 수질관리 상황실’을 지난달부터 봄철 수질관리 상황실‘로 바꿔 오는 5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