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정부 주도의 할인행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오늘부터 시작된 가운데, 유통업체들의 ‘울며 겨자먹기’ 참여를 비판하는 글과 사진이 잇따르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최근 과거에 진행했던 또는 최근에 진행 중인 이벤트 포스터들을 캡처해 ‘한국식 블랙프라이데이의 현실’이란 제목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직접 구매했거나 인하율, 그리고 덩달아 상승한 원가까지 꼼꼼하게 지적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넓은 국토의 배송비와 인건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고 소진의 의미가 크다. 매장별로 신상품 구매목록이 확정되면 재고를 소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재고를 소진하는 방법을 추가 비용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일정한 혜택으로 돌려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따라서 원가나 매우 낮은 차액의 물건이 시중에 풀린다. 소비자 입장에선 재고로 남은 물량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쉽다. 출시가 한참 지났더라도 낮은 가격에 새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다르다. 영토가 좁아 재고가 쌓일 일이 없으며 매장 간 운송비와 인건비도 저렴해 낮은 가격으로 내놓기가 힘들다. 정부의 대대적인 이벤트 압력에 유통업계만 골머리를 앓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구매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이 연중 세일하는 기간보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때 구매하는 것이 더 비싸다고 말한다. 이 기간 홍보력이 약한 전통시장이나 영세업자들만 손해를 입는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식 블랙프라이데이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하며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호갱님들을 낚기 위한 미국 코스프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들도 일각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과 몇십 원 인하한 가격 옆에 붙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스티커가 무색하다. 일부 판매점에선 2만 원 이상 구매 시 1만 원 쿠폰을 제공하는 것을 ‘50% 할인’이라는 문구로 모객 행위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명품 세일 전에 참여했다는 한 소비자는 “대부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낡은 제품들이었다”며 “몰라서 사고 돈만 뺏기는 시기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불황에 지갑을 꽁꽁 닫은 네티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벤트들이 많아 할인 폭과 품목 등은 제한될 수 있다"면서 “할인율이나 낮은 가격만 보고 사기보다 본래 최저가가 얼마인지, 원가와 할인 폭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싼 제품을 산 뒤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카드 무이자 할부나 배송료 여부 등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