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문길 통신원] 살무사에게 물렸을 때 무조건 가만히 안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속설이 깨졌다. 차가 없으면 뛰어서라도 한시라도 빠르게 병원에 가는 게 낫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에도 서식하고 있는 독사인 살무사. 신경을 마취하는 신경독을 지닌 코브랑 등과 달리, 살무사는 혈액독(용혈독)을 지니고 있다. 물리면 처음에는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가벼운 통증 밖에 없으나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고통이 엄습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일본 후쿠오카, 요코하마 등지의 구명구급 분야 의사와 뱀 연구가 6인으로 구성된 한 연구팀은 일본 내 구급병원에서 제공받은 178건의 살무사 교상 치료 사례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13일 현지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살무사에게 물리면 약 30분이 경과해 물린 부위가 심하게 붓기 시작하고, 그 후 서서히 독이 전신에 퍼지게 된다. 이번 조사 사례 중 병원에 도착해 진찰을 받기까지 조금이라도 뛰어온 이는 21명으로, 진찰을 받기까지 평균시간은 약 18분이 소요됐다. 이들의 평균 입원기간은 5.9일이었다.
반면 전혀 뛰지 않고 가만히 눕거나 앉은 채 구급차를 기다린 157명은 진찰을 받기까지 1시간이 넘는 84분이 걸렸다. 이들의 입원기간은 평균 8.4일로, ‘뛰어서라도 18분 내에 진찰을 받은 그룹’에 비해 입원기간이 2.5일이나 더 길었다. 부종의 정도도 이 그룹이 ‘전혀 뛰지 않은 그룹’에 비해 증세가 가벼웠다.
기존에는 살무사에게 물리는 교상을 당할 경우, 뛰거나 흥분하면 이 독이 몸 속 혈관을 타고 몸 전체로 퍼지므로 가만히 안정을 취하는 편이 낫다는 응급지침이 있었다. 다수 구급 전문가들도 이렇게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이보다도 뛰어서든 어떻게든 빨리 진찰을 받으면 증세가 미미할 때 빠르게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팀 관계자는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구급차가 곧 온다면 기다려도 좋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응급조치 후 달려서라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빨리 진찰을 받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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