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사교육비 20조 육박…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현 정부 들어 오름세 “자녀 성공ㆍ부모 미덕” 문화 속 노후자금, 사교육비로 저당잡히는 상황 부부 노후 최저 생활비 월 160만원…“‘은퇴 리스크’ 자녀 교육비 줄여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경기 고양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모(65) 씨는 이틀에 한 번씩 아침마다 3㎞ 가까이 걸어 출퇴근한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지점 차장까지 지낸 김씨의 두 아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명문 대학을 나왔다. 막내는 미국에 있는 유명 사립대학에 유학 중이지만, 두 자녀의 학원비로 그는 여기저기 빚을 졌다. 더욱이 돈을 벌 욕심에 잘 나가던 막내동생의 중소기업에 투자해 대표이사 직함까지 달았다가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10여 억원의 빚이 더 생겼고, 생계를 위해 그는 경비원이 됐다. 그는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할 줄만 알았지 노후 대비를 전혀 못 했다”며 “월 120만원 가량 받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일이 유일한 생계 수단”이라며 한숨 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예외인 업종 중 하나가 사교육이다.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20조원을 육박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가속화되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자녀 노후 대비를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노년층이 계속 생기고 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현 정부 들어 오름세=실제로 지난 5년간 연간 사교육비 총액(교육과학기술부ㆍ교육부 집계)은 ▷2010년 20조9000억원 ▷2011년 20조1000억원 ▷2012년 19조원 ▷2013년 18조6000억원 ▷2014년 18조2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수치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교육당국의 단속으로 지하화된 고액 개인과외 등의 ‘불법 사교육’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30조원을 헤아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같은 기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 추세하고 있다. 2010ㆍ2011년 각 24만원이었던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2년 23만600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현 정부 들어 2013년 23만9000원, 2014년 24만2000원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이처럼 사교육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데 대해 교육계 등 사회 일부에서는 “여전히 교육이 출세의 지름길이며, 이를 위해 부모가 목숨을 거는 문화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녀 성공ㆍ부모 미덕” 문화 속에 노후자금, 사교육비로 저당잡혀=우리나라 부모들은 옛부터 자녀 교육이 우선이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등의 옛말은 교육을 통해 자녀를 출세시키는 것을 덕목으로 했던 옛 부모들의 생각을 표현해 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는 교육을 유일한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다 못 살았던 시절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사교육의 폐단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과외 제한이 풀리고, 사교육이 양성화 수준을 넘어 활성화되면서 “우리 아이가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부모들의 머릿속에 뿌리박혔고, 이것이 사교육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경제발전 이후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부모와 자식 간 관계는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했다. 자식도 구태여 부모를 부양할 생각이 없고, 부모도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요즘 결혼하는 커플 대부분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눈앞에 두면서, 은퇴 후에도 노후 자금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이 비용이 사교육으로 저당잡혀, 장년층은 은퇴 후 ‘월급 절벽’에 직면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간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현재 5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이 노후에 최저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기는 월 생활비는 부부 기준 약 160만원, 개인 기준 약 99만원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노후에 표준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월 적정 생활비는 부부 기준 225만원, 개인 기준 142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년 부부에게는 만들기 어려울 수 있는 돈이다.

이에 대해 은퇴 설계 전문가인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최대의 ‘은퇴 리스크’인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자녀들도 취업, 결혼에 자기 앞가림을 못 하는 상황에서 손 벌리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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