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 지난 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ㆍ비박 분란, 여야간 갈등을 뿌리면서 정치권 전체를 격랑 속으로 몰아 넣었다.

2주일여 동안의 정국 최대 현안이었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사퇴하면서 지리한 국회와의 기싸움은 청와대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유승민 사태’로 인한 청와대가 겪게 될 후유증도 적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달 뒤 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시점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박 대통령의 뜻이 관철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국이 친박 주류가 주도하는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살리기’를 포함해 4대 분야 구조 개혁(노동ㆍ 교육ㆍ 금융ㆍ 공공) 등 민생 행보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범친박계 인사가 다음 원내대표를 맡게 될 경우 당청관계도 매끄럽게 정리가 될 공산이 크고, 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도 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안통 황교안 국무총리에 이어 공직 감찰 등 감사원 업무를 진두지휘할 감사원 사무총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반은 보다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 사태에서 확보한 승기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집권 후반기를 열 포석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청관계가 원만히 해결되면 아무래도 앞으로 각종 국정현안에 대해 좀 더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배신정치 심판론’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도 “불황 극복에 개인적인 행로”는 있을 수 없다고 엄포를 논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집권 후반기 국무위원들의 공직 기강을 다잡아 여권 분열로 인한 국정 추동력의 약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 사태’로 인한 청와대의 내상(內傷)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승민 사태를 통해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배신’은 물론 ‘소신’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각인됐다는 점은 임기 중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노정된 비박계의 반감 기류와 야권의 반발을 달래는 것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와 갈등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잠복해 있는 것”이라며 “특히 야당과의 소통 창구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면 이번 국회법 사태와 같은 정국의 마비는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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