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가 오히려 확대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흑자 규모도 보통이 아니다. 계절적 적자 달인 1월에도 5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더니 이후 매월 8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무역 흑자가 연간 천억 달러를 넘어서게 생겼다. 수출 1000억 달러가 엊그제 같은데 흑자가 1000억 달러라 하니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냥 기뻐하기만 할 일일까? 무역 적자는 나쁜 것이고, 자칫 외환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은 도그마라 할 정도로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물론 단기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가 우리 곳간에 쌓인다고 생각해보자. 최소한 기분 나쁜 일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역 흑자가 우리 경제에 가장 위험한 덫이 되는 위험 요인이다. 대규모 무역 흑자는 필연적으로 원화 강세를 유발한다. 원화 강세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촉발한다. 국내에 괜찬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내수가 위축된다. 내수 위축은 수입 축소로 연결되고 이로 인해 더 늘어난 무역 흑자는 다시 원화 강세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헤어 나오기 어려운 덫이다. 개별 경제 주체가 노력을 안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개별 주체들은 그들의 경제 행위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기업은 원화 강세에 최적 대응하는 차원에서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고, 가계는 일자리 감소에 따라 소비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분의 최적화가 언제나 전체의 최적화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20여년을 무역 흑자의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엔화 강세는 산업 공동화를 촉발했고, 그 결과 내수가 조금씩 말라죽어가는 상황이 20여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외환위기와 같은 급성 위기가 닥치면 구조개혁이던 금모으기이던 할텐데.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물이 더워지니 변변한 개혁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망가져갔다.

지금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도 살려주고, 수입물가를 자극해서 디플레이션을 탈피해보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수출기업의 개선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그리 빨리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 본토가 아니라 생산공장이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투자가 일어나고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구조적 무역흑자가 시작되고 있다. 이러다 말겠지 하면 오산이다. 냄비의 물이 조금씩 더워져 가니까 적응할 수 있겠지 하면 더 큰 오판이다. 지금 빨리 우리 사회의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산업구조를 일신해야 한다. 우리 제조업이 국내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 규제, 수도권 규제 등 각종 구조 개혁에 한치도 소홀함이 없이 매진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산업기반 유출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성도 높여야 한다. 자칫 우리 산업도시들이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유령도시가 되어버리면 그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다.

한편 고령화 관련이나 관광 등 서비스업을 육성하여 내수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신규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것은 기존의 과당경쟁 상태인 도소매음숙업의 경쟁을 완화하여 해당업종의 소득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특히 이제는 서비스업도 주무 부서를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꿔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제안할 것은 농업을 곡식을 기르는 일에서 수출효자 업종으로 전략적으로 키워보자. 지금 우리는 바로 옆에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5천만명의 1인당 GDP 8만달러 인구와 2억명 정도의 2만달러 인구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접근성은 우리가 그 누구보다 유리하다. 더구나 농업은 일자리가 전부 국내에서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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