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29일 새벽 공무원연금개혁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이번에는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여야 합의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이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반발과 헌법 정신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정작 국회 제출된 지 7개월만에 통과된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성과는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세금폭탄론’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면서 연금개혁안을 국민연금 명목소득연계율 50%과 연계시키는 것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청와대도 오히려 국회법 개정안이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규제개혁 등 각종 개혁 과제의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이날 새벽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 경우 국회가 수정ㆍ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하고 소관 상임위에 보고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국회 상임위가 해당 행정기관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고만 돼 있는 현행 조항보다 대폭 강화된 것이다. 청와대 측은 “행정부에서 만드는 시행령ㆍ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열어준 셈”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지나친 간섭으로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시행령을 만드는 권한은 어디까지나 정부에 있다”며 “여야가 시행령을 바꾸려고 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박 대통령이 국회에 계류된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한 것에 대해 이번에 국회가 행정입법 권한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질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 과제에서 국회의 힘이 더 실리지 않겠나. 국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런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국회법 개정안을 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회의 행정부 감시 통제 기능은 본래 헌법적 정신에 기반한 것이어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대한 심사 권한을 갖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해석이 있다. 행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것도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법률제정권을 가진 국회의 심사를 받는 것이 위헌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김경진 변호사는 “국회에서 만든 법을 위임하고 집행하는 행정부가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면 국회가 이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정, 변경 권한은 재판 기능에 속하는 것으로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 강화는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을 떠나 국회가 진정한 ‘갑(甲) 중의 갑’이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직 부장 판사는 “마치 사법부에 재판 잘 하라는 권고 문구를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입법권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 입장에서는 앞으로 정책 추진에 부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다만 권고적 효력이라는 점에서 위헌으로까지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번에 통과된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성과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세금폭탄론까지 언급하면서 청와대가 반발한 국민연금 50% 소득연계론안을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해 연금개혁법안에 반대한 청와대로서도 사실은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했다.
김경진 변호사는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재정절감 효과를 높이면서도 적정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연금개혁을 합의로 이끌어 낸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한 것”이라며 “미흡하나마 연금 개혁의 첫 단추를 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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