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5월 가정의달, 가족의 소중함이 한층 강하게 느껴지는 요즘 가정폭력으로 어두웠던 가족들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내리 비쳤다.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낸 이는 부산 사상구에 사는 한 어머니. 어린 딸과 자신을 향한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괴로워하던 어머니에게 지금은 새로운 희망이 샘솟고 있다.

부산경찰청장 앞으로 보내진 편지의 수신인은 부산 사상경찰서 배태상 경사와 남성보 경장. 피해자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폭행은 지난 10여년간 이어져 왔고, 술에 취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폭행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중순께 집안에서 휴대폰을 찾지 못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딸에 대한 폭행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도망 나온 딸은 경찰서에 근무중인 가정폭력담당경찰관에게 직접 찾아와 아버지의 폭력행위에 대해 처벌을 요구했고 어머니의 동의하에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그 동안 딸과 어머니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애만 태워왔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두 경찰관은 이 가정을 돕고자 소매를 걷어붙였다. 가정폭력상담소는 물론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지원센터, 상담치료전문가 등이 참여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우선적으로 사춘기인 딸과 아버지를 격리시키기 위해 이모가 사는 타도시로의 비밀전학을 결정하고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후 두 경찰관은 수시로 어머니를 찾아가 가족의 생활을 보살폈고, 그 과정에서 딸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교복을 못 살 처지라는 것을 알고 관내 자선사업가에게서 교복 구입비 30만원을 지원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로 처벌을 받은 아버지도 최근 경찰의 설득으로 잘못을 뉘우치며 자활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잘못된 사랑 표현방식을 깊이 뉘우치면서 아내에게도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는 딸의 빈방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쳐다보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그리워하고 있으며, 딸 역시 아버지에 대한 안부를 어머니를 통해 수시로 묻고 있다. 이처럼 지옥과 같았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어머니가 경찰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쓰게된 것.

배태상 경사와 남성보 경장은 쑥쓰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 들은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는데 과분한 칭찬을 받으려니 쑥스럽다”면서 “앞으로도 고통받는 가정을 위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