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3대 선사의 얼라이언스인 ‘P3 네트워크’ 출범에 따른 선박 대형화 추세에 기인한다.

11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에 기항하는 선박들은 지난 2010년과 비교해 두배 이상 대형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에 기항하는 60개 컨테이너 선사를 대상으로 정기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유럽 항로의 배는 2010년 평균 5700TEU(길이 6m 컨테이너 기준)에서 지난해 1만349TEU로 4년 사이 배 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BPA는 밝혔다. 남미 항로는 2800TEU에서 5582TEU로, 동남아 항로는 1500TEU에서 2113TEU로 배의 크기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교적 가까운 중국과 일본 항로 역시 800TEU에서 1278TEU, 490TEU에서 540TEU로 커졌다.

이처럼 부산항을 찾는 선박 규모가 커진 이유는 글로벌 선사간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해운동맹 움직임 때문이다. 특히 “올해 출범을 앞둔 ‘P3, G6’ 같은 글로벌 해운동맹이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면서 신규 대형선은 유럽항로에, 유럽항로 선박은 미주항로에 공급하는 등 폭포 효과로 항로별 기항 선박의 대형화가 연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BPA는 분석했다.

특히 세계 3대 선사의 얼라이언스인 ‘P3 네트워크’ 출범은 부산항에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P3는 세계 1, 2, 3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 CMA CGM가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올해 2분기에 출범할 예정이며,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P3가 예정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노선에 동북아 최대 환적항 지위를 누려온 부산항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P3가 예정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노선은 총 23개. 이 중 부산항에는 12개 노선만 기항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항만인 중국 상하이항은 단 1개 노선을 제외한 22개 노선이 기항한다. 닝보-저우산항도 20개 노선이 기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5위 항만인 부산항은 상하이항은 물론 6위 항만인 닝보-저우산항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부산항의 중점 노선인 유럽노선 외에도 지리적으로 중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아시아~미서부 노선에서도 중국 항에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부산은 아시아~미서부 6개 노선 중 3개 노선만 기항하는 반면 상하이항과 닝보-저우산항은 5개 항이 기항하게 될 전망이다.

부산지역 항만ㆍ물류 전문가들은 선박 대형화 추세에 부산항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두가지로 꼽고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따른 환적화물 유치 전략의 부재와 대형선박의 안전 운항을 보증하는 부산항 증심 문제다. 이들은 “P3가 출범하면 지금까지 부산항은 실핏줄처럼 발달한 피더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허브항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왔지만 이제는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양수산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안전을 위협하는 신항 입구 토도를 제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