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사회학자 박재환 교수의 사회보는 눈

[북데일리] 새로운 생각과 상상은 원칙적으로 ‘불온’ 합니다. 새로운 생각은 작게는 개인의 일상을 바꿉니다. 혁명적 사고는 기존의 사회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새로운 생각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새로운 생각이 역사의 물꼬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28p<삶은 생각이다>(2014)는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 및 그 속에서 나타난 사회사상을 넘나들며 현대 한국인의 생활원리와 사회사상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책이다. 책 제목을 ‘삶은 생각’이라고 한 까닭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 번 뒤바꾸어 생각을 해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에 원로사회학자 박재환 교수가 균형 잡힌 시각은 사라지고 이분법적이며 편협한 이념논쟁만 가득한 오늘날의 한국사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책은 우리의 전통 의식과 관습, 신앙을 되돌아보는데서 출발한다. 뿌리를 알아야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좀 더 견고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부분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 있다. ‘끈질긴 낙천적 순응 양식’이 그 중 하나다.
“조선조 말에 외국 사람들이 들어와서 조선 사람들의 낙천성을 보고 놀란 바가 있지요. 제임스 게일이라는 캐나다 목사는 ‘한국의 머슴이 제일 낙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머슴이 낙천적이라는 대목에서 우리는 팔자에 순응하는 면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르다.
“방자는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을 놀려 먹지요. 자신이 모시는 상사한테 농담을 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것이 우리나라 서민이 가진 낙천성입니다. 우리 문화를 ‘한’문화라고 하죠? 한이란 ‘밝다’란 뜻도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애환도 있지만 상당히 ‘밝은 민족’입니다.” 44쪽
또한 상대주의적 관점도 있다. 우리가 광복 이후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어디 있느냐는 식의 사고방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친일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식의 사고방식 말입니다. 서양의 경우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일이지만 우리에겐 그렇듯 딱 잘라 처리하는 방식이 어색했던 겁니다. 그러니 어떤 특징도 그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 47p
그런데 이런 전통적 사고 방식은 일제 강점의 영향과 외래 문화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사회는 여전히 아노미다. 때문에 저자는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 근본적 물음을 해결하고 개인의 일상적 삶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사상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답은 무엇인가. 최근 우리 사회는 위기를 반영하듯 인문학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좀 다른 주문을 한다.
서구 지식인들은 답답하면 고대 그리스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답답하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다 서양 인문학입니다. 뿌리가 없습니다. 유행 따라,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갑니다. 요즘은 우리 것을 연구하자는 움직임들이 좀 있고 책도 보고 하던데, ‘한자’에서 딱 막힙니다. (중략)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제로 포인트는 무엇인가? 우리의 정신적 고향은 무엇인가?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82p
단순히 보면, 사회사상은 개인 생각의 총합이다. 그렇다면 답은 우리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서두에 말한 새로운 생각에 대해 고민할 때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