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요즘 정치권을 보면 누가 야당인지 모르겠다.”
이는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여권 인사들이 ‘공개 발언’을 통해 금융 당국과 현 경제팀에 대해 일제히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자 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이다. 통상 집권여당이 청와대 경제수석 라인에 대한 불만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대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만큼, 6ㆍ4 선거를 앞두고 ‘표심 이반’을 막아야 한다는 여당의 셈법이 깔려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카드 사태를 둘러싼 여당의 발언 수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만해도 지도부는 ‘재발방지’에 촛점을 뒀다. 사태 직후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보호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정보의 수집부터 시작해 관리, 폐기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책임자 문책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여론이 들끓자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서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23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경제팀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을 두고 “망언”, “국민염장 발언”이라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또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보고에서 금융사 경영진들이 구체적이 피해보상책에 대해 대답을 우물쭈물 하자,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카드사 사장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뒤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의 걱정과 불안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이런 사건이 터졌는데 재산상 손해 발생이 없기 때문에 ‘알아보십시오.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땡’ 하면 끝인가”라고 호통을 쳤다.
24일에는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오석 경제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여당의 ‘호통’은 거세지만, 정작 피해자가 해당 금융기관에 직접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ㆍ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야권의 제안에는 “법적연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집단소송제인데,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의 부담 커진다는 재계의 우려에 결국 여당이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며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분노에 호응해주는 듯한 제스쳐만 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