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3회> 바람에 맞서는 법(4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N-Dos 단의 졸병이 땀에 젖은 군복 윗도리를 주섬주섬 내밀 때에 강유리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곧 그 병사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아무리 긴박하고 험악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원래 젊은 남녀 간에는 찌르르~ 하고 전기가 통하게 마련인 법. 간혹 3류 영화에서 테러범에게 인질로 잡힌 여자가 오히려 그 인질을 도와가며 경찰을 따돌리는 장면이 곧잘 등장하는 것도… 그런 논리일 것이다.
“고마워요, 쌩큐!”
이 또한 질투심의 승리였다. 정체도 모르는 남자의 땀에 젖은 군복 윗도리를 걸칠지언정 연적의 브래지어는 걸칠 수 없다는 비장함이라고나 할까?
“유아 웰컴, 쌩큐, 쌩큐… 헬프 미.”
N-Dos단의 졸병은 강유리의 알몸을 제 군복 윗도리로 감싸주더니 아주 애처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머신 위에 올라섰다. 밤으로 접어드는 허허벌판… 야생의 맹수들이 출몰할지, 갱단의 습격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 머신에 올라타지 못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강유리는 우선 아래위로 그를 훑어보았다. 바지춤이 헐렁한 것으로 보아 권총 따위의 무기를 숨기지도 않은 것 같았고, 다급한 표정과 애처로운 눈빛으로 보아 뭔가 도움을 청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어머나, 그의 옷 벗은 상체를 가까이서 보니 곰발바닥만이나 한 대흉근 아래로 조각처럼 다듬어진 식스팩이 드러나더란 말이다.
‘꿀꺽… 누군지는 몰라도 아프리카 군인들로부터 나를 구해주었으니 은인이야.’
젊은 남녀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 이런 긴박한 순간에 어째서 침이 꿀꺽! 넘어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일단 N-Dos단의 젊은 병사에게 미소부터 지어보였다. 안심해도 좋다는 뜻이겠지. 그제야 젊은 병사도 조수석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스스럼없이 안전 바를 내리고 3점식 벨트를 조여매기 시작했다.
그 병사가 안전벨트를 조이자마자 강유리의 머신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제야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의 조합이 이루어졌다는 듯 그녀가 모는 오픈식 머신은 굉음을 토하며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어느새 어둠이 몰려왔던가? 머신의 꽁무니를 비추던 미등조차도 곧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리고야 말았다.
“납치당하는 거 아닐까? 어서 쫓아갑시다.”
“잠깐만요, 저기… 내 브래지어.”
“포기해, 저 놈을 놓치면 안 돼. 강유리의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몰라.”
“스톱! 이 꼴로 어디까지 가라고요? 강유리가 어찌되건 알 게 뭐야? 둘이 눈이 맞은 건지도 모르잖아요? 저기… 내 브래지어부터…”
현성애의 다그침에 유호성은 일단 머신을 세웠다. 그리고 찬찬히 옆 좌석을 보니… 그녀의 훌륭한 젖가슴이 여전히 실루엣으로 드러나 있질 않은가. 어느새 주위는 어둠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계기판의 희미한 불빛만으로도 그녀의 완벽한 곡선이 실루엣으로 살아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큰일 났네. 강유리의 머신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 1박 예정지인 시안에 도착해 봐야 강유리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겠군.”
“걱정 말아요. 그 계집애는 분명 연애질 하러 갔을 거야. 정식으로 등록된 선수도 아니잖아요? 염불에 관심도 없던 차에 훌륭한 젯밥까지 챙겼으니 외진 곳에 가서 몸이나 풀 거예요. 사내가 위통을 벗고 앉아있는데 쏠리지 않겠어요?”
“위통을 벗고?”
위통을 벗고 있긴 그녀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유호성의 가슴이 다시금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계기판에서 흘러나오는 여리고 붉은 빛이 그녀의 실루엣을 따라 핑크빛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아!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그녀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부활하는 아름다움!
1박 예정지 ‘시안’까지는 기록을 측정하지 않으므로, 서둘 필요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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