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설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나 전후방 연관효과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다. 그런데 다시 건설을 할 여건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선수로 뛰어야 할 토종 건설업체들이 고사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동아건설이 진행하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사람 수십명이 들어갈 만큼 거대한 수로관을 땅에 묻는 대역사였다. 우리나라와 기업에 대한 자긍심이 자연스럽게 솟구쳤다. 2006년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두바이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828m, 당시 이름은 버즈 두바이)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짓고 있었다. 최상단부까지 올라가 두바이 시를 조망하며 한국 건설의 저력을 실감했던 기억이 난다.
건설업은 지난 1970~80년대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일구던 시절 함께 성장했다. 산을 뚫어 고속도로를 내고 판자촌을 아파트 숲으로 변모시키며 부를 창출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자금을 빌려 저임 노동력으로 아파트를 지은 후 분양에 성공해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많았다. 권력과 결탁, 정부 공사를 수주해 하청을 준 후 중간에서 거액의 이문만 챙기는 권력결탁형도 있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사회간접자본(SOC)이 상당부분 구축되면서 건설업도 이제 단 몇 푼의 수익에 감지덕지하게 됐다. 동아건설을 비롯해 쓰러진 건설업체가 한둘이 아니지만 지금 한국은 건설업 자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한 대기업은 한국에서 건설업은 향후 살아남을 수 없는 업종이라며 아예 그룹 차원에서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일확천금은커녕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주택시장 상황이고, 이에 못지않게 큰 이유가 잘못된 정부 공사 발주 시스템과 정치적 리스크다.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건설업을 ‘도둑놈’ 취급하다 보니 실제 투입된 공사비를 적정공사비로 간주해 입찰을 하면서 최저가낙찰 방식을 통해 대형공사는 적정공사비의 7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소형공사는 80~85% 정도에서 낙찰받도록 하고 있다. 그대로 하면 손실이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에 수주업체는 공사 중간에 설계를 변경하는 등의 편법으로 이를 만회한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 사업하다 보니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체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건설업의 정치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4대강 사업은 전임 이명박 대통령 때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반대 여론이 급등한 상황에서 어찌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기업들도 많다. 역시나 사업이 끝난 후 건설업체들은 공정위는 물론 검찰 수사까지 받으며 초토화되고 있다. 비자금 조성은 밝혀지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입찰 담합에 대해 공정위 과징금에 이어 검찰까지 나서는 것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케 한다.
사실 건설은 창조경제의 관점에서 봐도 매력적인 산업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설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나 전후방 연관효과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다. 그런데 주택시장 활성화 등 다시 건설할 여건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선수로 뛰어야 할 토종 건설업체들이 고사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jym6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