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최후의 화폐는 금이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공급경제학자인 주드 와니스키(Jude Wanniski)역시 “2500년간 전 세계 유권자들은 금을 가장 믿을 만한 가치의 기준으로 인정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금값은 여지없이 치솟았다. 위기의 순간에도 ‘금’만큼은 변치않는 가치로 남아있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사랑의 맹세를 하는 순간 ‘변치 않는 사랑’의 징표로 연인들은 ‘금반지’를 주고받곤 한다. 최근 금값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결혼 시즌을 맞은 종로 일대 귀금속 상가가 여전히 활기를 띠는 이유다.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졌지만 금 대신 은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귀금속 상인들은 “오히려 ‘역시 금이 최고!’라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금값 하락 소식에 바빠진 귀금속 상가=지난달 15일 국제 금값이 33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종로 귀금속 상가는 덩달아 바빠졌다. 종로에서 6년째 귀금속을 판매하고 있는 김모(40) 씨는 “최근 ‘금값 폭락’ 소식을 접한 손님들이 금을 많이 사갔다. 지난달 15~19일 사이에는 평소보다 2.5배 더 판매했을 정도”라고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종로 ‘금 거래소’ 주변 귀금속상가에서 인기품목 중 하나는 순금 24K 반지다.
한 상인은 “아무리 불황이라도 손녀, 손자의 돌이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반지를 해간다”면서 “황금거북이나 금열쇠도 인기지만 그래도 금반지는 경기를 타지 않는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올해 금값이 온스당 1200~1300달러로 하락할 것이라는 금값 전망에도 귀금속 상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금값이 단기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금의 기본적인 투자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금값 변동에 따라 도소매상들이 거래하는 가격에는 약간씩 변동이 있을 순 있지만 ‘금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큰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반돈인 0.93g의 돌반지를 선물하는 한이 있어도, 돌반지로 금 대신 은반지를 선물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심리는 결혼 예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황금이냐 vs 백금이냐 그것이 문제일 뿐=결혼 시즌을 맞아 예비부부들이 신중을 기해 선택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예물이다. 빠지지 않는 예물은 역시 ‘금’이다. 다만, 최근에는 황금보다는 백금(화이트골드)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종로에서 주얼리 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5ㆍ여) 씨는 “요즘 결혼반지는 백금으로 많이 한다. 예물의 경우에는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인기 디자인과 색상 등이 트렌드에 따라 자주 바뀌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14K와 18K중에서는 좀 더 저렴한 14K의 인기가 높다. 백금이 유행인 만큼 금의 함유량이 높아 더 노랗게 보이는 18K보다 14K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같은 14K라면 황금과 백금에 따른 가격차이는 없다.
이 씨는 “결혼반지는 백금이냐 황금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금’을 선호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금’ 을 미래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속파 예비부부들은 1년 중 언제 ‘금반지’ 맞출까?=귀금속 상인들에 따르면 1년 중 7~8월에 금 수요가 가장 적다. 귀금속상 유모(52) 씨는 “여름 휴가철에는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결혼식 비수기라서 금 수요 자체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씨는 “반면 봄ㆍ가을 결혼철을 앞두고서는 수요가 많아져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결혼 예물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면 여름 시즌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실속파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는 최근 미니골드바를 예물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9월 결혼을 앞둔 안모(32) 씨는 “예비신부에 동의를 구해 예물에서 다이아몬드를 빼고 금을 사두기로 했다. 일종의 ‘금테크’를 하기로 한 것”이라며 세태를 전했다.
유 씨는 “미니 골드바는 수십만~수백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선택이 폭이 넓어 예비부부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