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혹자는 “7선 국회의원을 이긴 승리”라며 놀라워 했다. 함께 경쟁한 두 후보가 각각 3선·4선의 여야 중진 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농구협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방열(72) 건동대 총장. 지난 5일 선거에서 총 투표수 21표 가운데 12표를 얻어 이종걸 현 회장과 한선교 KBL 총재를 1차투표에서 가뿐히 제치고 4년 임기의 협회장에 당선됐다. 농구인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아직도 올드팬들에게는 은빛 백발에 단정한 수트 차림의 ‘코트의 신사’, 유재학·이충희·허재·강동희 등 수많은 스타를 길러낸 지도자, 농구 전술을 집대성한 최고의 이론가로 유명한 그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단 하나, 최악의 위기에 빠진 ‘한국농구 구하기’가 그의 60년 농구인생의 마지막 목표가 됐다.

6일 만난 방 회장은 “한편으론 기쁘지만 또 한편으론 부담스럽다. ‘IMF 때 대통령 된 기분’이라는 표현이 딱이다”며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한국 농구는 몇 년 전부터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런던올림픽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형편없는 국제경쟁력, 추락하는 인기, 허술한 재정자립도, 심판 비리문제 등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같다. 방 회장은 이 중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가장 급한 불은 국제경쟁력이라고 했다.

“구기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올림픽에 못갔어요. 이제 농구는 비인기종목 취급을 받습니다. 벌써 10년 넘게 국제대회 유치도 못했죠. 우선 대학농구를 국제화할 겁니다. 미국 명문대 농구팀을 초청해 함께 겨루면 경쟁력도 높아지고 인기도 얻고 또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대학입시제도가 바뀌면 초중고 교과과정이 바뀌듯 대학농구가 살아나야 침체된 초중고교 농구도 숨쉴 수 있습니다.”

방열 신인 대한농구협회장이 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 농구 부활을 위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방열 신인 대한농구협회장이 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 농구 부활을 위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당장 오는 5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준비도 막막하다. 다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방 회장은 “전임감독제가 정답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도 해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일단 대표팀을 1·2군으로 이원화해 운용할 방침이다”고 했다. 그는 “하나씩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꺼번에 시작하고 저질러 보겠다. 그게 방열 식의 농구 활성화 방안이다. 정치·기업인이 아닌 농구전문인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방 회장의 당선 소식에 현장에 있던 많은 농구인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함성 속에는 방 회장을 향한 높은 기대, 농구 부활에 대한 뜨거운 염원이 담겨 있다. 그는 “가장 두려운 게 뭔지 아나. 내가 실패하면 다시는 농구인이 협회장이 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다. 후배들이 잘하라고 등 뒤에서 채찍질하는 기분이다. 아주 따끔따끔하다”고 웃었다.

방열 회장은 예전 한 인터뷰에서 “1쿼터는 선수시절, 2쿼터는 지도자로 보낸 세월, 3쿼터는 교수로 체육학을 연구한 시기”라며 자신의 농구인생을 돌아봤다. 이제 네번째 휘슬이 울렸다. 최고 승부수를 던질,방열 회장의 마지막 4쿼터가 기대된다.


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