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헌법 서구식 개정 불구 헌법위반·인터넷 통제 비일비재
지식인 중심 개혁세력 적극 피력 시진핑 체제등장 이후 변화 주목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개혁세력들이 헌정(憲政)통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헌법은 있지만 헌정은 없는’ 중국의 현실이 시진핑(習近平) 체제 등장 이후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개 드는 헌정 실현 요구=뉴욕타임스(NYT)는 새 지도자 시진핑의 연설과 충칭(重慶)시 전 서기 보시라이(薄熙來)의 해임과 처벌을 계기로 최근 들어 중국 내 개혁파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헌법을 실현하도록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4일 시진핑 총서기는 헌법 공포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헌법의 생명은 실천에 있으며, 헌법의 권위 역시 실천에 있다”고 헌정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은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합법적인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시 총서기의 30주년 기념식 연설이 지난 20주년 행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했던 연설보다 훨씬 개혁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간부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중앙당교의 기관지인 쉐시스바오(學習時報)도 지난달 21일 “당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아래 위원회를 설립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 통과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평론을 실었다.
시진핑이 중앙당교 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기관지 쉐시스바오의 이 같은 사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진보적 지식인 72인이 중국의 대표적 우파 지식인인 베이징대학 헌법·행정법연구센터 장첸판(張千帆) 교수가 만든 정치개혁 청원서에 서명했다. 개혁안에서 그들은 헌법 개혁이 중국 개혁의 핵심문제이길 바란다면서 입헌주의를 강조했다.
보시라이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처벌도 중국의 자유주의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보시라이가 무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보시라이 조사는 부패 관리들을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당국의 결의를 보여준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지난 1982년 12월 개정된 중국 헌법은 국가의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아닌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어디에도 공산당 독재를 언급한 대목은 없다. 그러나 헌법 위반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되는 것이 문제다.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의 중국문제 전문가인 샘 크레인 교수는 “중국의 헌법은 정부의 권력제한과 개인의 자유보호 방면에서 작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민중의 권리의식이 점차 깨어나고 지식인들이 헌정 개혁을 주장하는 등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통제는 계속=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지도부는 헌정 개혁 행동에 경계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헌정’이란 단어를 검색할 수 없고 대부분 사이트들은 장첸판 교수의 정치개혁 청원서 내용을 삭제했다.
광둥(廣東)성 지역 주간지 난팡저우모(南方周末)는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란 제목의 신년사를 실었다가 당국의 검열을 받아 삭제당했다. 이에 기자들이 이례적으로 파업에 나서면서 세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지난 2008년 공산당의 일당 지배를 비판한 ‘08헌장’에 제일 먼저 서명했던 류샤오보(劉曉波)는 국가전복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아직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류샤오보는 지난 2011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베이징의 한 정치전문가는 “중국 당국이 보도를 통제하는 형식으로 개혁 요구를 억누르고 있다”면서 “중대한 변화를 논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