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포기족이 바꿔놓은 2013 설 풍속도
불경기·강추위에 ‘특별휴가’로 생각 집에서 휴식 취하거나 여가활동 설문조사 “설 차례 계획없다” 37%나
코레일 역귀성 할인좌석 25% 늘려 짧은 설에 국내호텔 이용문의 급증 성형외과 예약조차 잡기 힘들어
민족 대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한 3일에 불과하다. 이에 귀성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활동으로 명절 연휴를 보내려는 소위 ‘귀포(귀성포기)족’이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설은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귀포족은 설 명절을 ‘특별휴가’로 생각한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은 뒷전으로 여긴다. 이들은 설 연휴 동안 공연, 여행, 성형수술, 쇼핑 등을 하며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투자한다.
▶차례상 차리는 데 ‘스마트폰앱’ 이용=귀포족 증가와 함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점점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 CJ오쇼핑의 지난 17일 ‘설 소비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11명 중 37% 이상이 ‘이번 설에 차례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 설에 진행한 설문 결과보다 15%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2011년 20%를 기점으로 매년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재료를 구입해 직접 제수음식을 만들기보다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주부 이민혜(31ㆍ가명) 씨는 “작년부터 백화점에서 차례상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미리 주문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매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차례상을 차리는 데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다. 실제로 상차림을 도와주는 ‘제사상’이나 ‘제사의 달인’ 앱은 내려받기 건수가 5만건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씨는 “평소 차례상을 차릴 때 음식 놓는 순서와 차례 절차 등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는데, 차례상 앱이 나온 뒤부터는 쉽게 차례상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설에 부모가 서울로 역귀성하는 경우도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민영(41ㆍ여) 씨는 “우리 아파트에 사는 10세대 중 1~2세대는 설에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역귀성이 늘자 코레일 역시 올해 역귀성 특별할인 대상 좌석을 지난해 추석보다 25%(1만20여석) 늘려 역대 최다 할인좌석을 공급했다.
▶불황ㆍ한파…귀포족 ‘온라인 쇼핑’으로=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설에는 불황의 여파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설 연휴에 온라인 쇼핑족이 대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CJ오쇼핑이 고객 6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설 12%였던 온라인 쇼핑 선호도가 올해 19%를 기록했다. 불경기와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귀포족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승희(31ㆍ여) 씨는 “올해 설은 한파가 예상되고 설 상여금도 거의 나오지 않아 집에서 온라인 쇼핑이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귀포족도 많아졌다. 주부 정민주(34) 씨는 “요즘 제값 주고 물건을 사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면서 “설에 고향을 가는 대신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 위해 소셜커머스에서 호텔 뷔페 식사권을 50% 할인받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에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도 많다. 서울 H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인 김민준(27) 씨는 “설 연휴 기간에도 학교 도서관이 문을 연다. 이번 설은 연휴가 짧은데다 다음 학기에는 반드시 취직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금융업체에 다니는 김태민(29) 씨도 “몇 달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유학 준비를 하기 위해 고향인 전남 광주시에 내려가지 않고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년처럼 ‘해외여행’ ‘성형외과’ 북새통=서울 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최영진(32) 씨는 이번 설에 고향인 부산에 가는 대신 서해안 근처 호텔을 예약했다. 최 씨는 “이번 설 연휴가 짧고, 기차표 예약도 하지 못해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호텔예약 전문업체 호텔조인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기간의 호텔 패키지에 대한 문의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설 연휴기간에 여행을 가는 연령층은 주로 20~30대”라면서 “이번 설은 연휴가 짧아 해외보다는 국내여행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동안 성형외과는 밀려드는 환자로 예약이 힘들 정도다. 직장인 이미경(27ㆍ가명) 씨는 “설 연휴 동안 콧대를 좀더 오뚝하게 해주는 ‘쁘띠성형’을 받으려고 2주 전 성형외과에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설 연휴 예약이 끝났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A성형외과 관계자는 “평소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회사원이 설 연휴를 이용해 수술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 매년 설이 되면 평상시보다 성형 상담이 30%가량 증가한다”면서 “이번에는 설 연휴가 짧아 붓기와 멍을 최소화하는 시술을 받으려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