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도쿄=신창훈 기자] 역설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행복도 같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최근에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행복의 역설’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에서는 아주 오래된 테마다. 소득이 늘어도 과거보다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에서 ‘행복 경제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02년에 몇몇 ‘행복의 경제학’ 논문이 발표되고, 2005년 브루노 프라이 (Bruno S. Frey) 스위스 취리히대학 경제학과 교수 등이 쓴 ‘행복의 정치경제학(Happiness and Economics)’이 번역 소개된 이후부터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에는 2008년에 ‘경제학 행복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행복지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민생활 여론조사’를 통해 ‘생활만족도’를 발표해왔다. 이 지수 역시 일본 국민의 ’행복도’를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일본인의 생활만족도는 전후(戰後) 고도 성장기인 1963년 63.6%에서 제1차 석유파동 때를 제외하고 계속 상승하다가, 1995년 72.7%를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1인당 실질 GDP(국민총생산)는 1963년 26만2000엔에서 2007년 403만6000엔으로 15.4배나 증가했다. 전후 일본경제가 급성장하는 동안에도 생활만족도는 전혀 상승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2008년 발행된 일본 정부의 ‘국민생활백서’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생활만족도의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의 행복도는 왜 높은 걸까.
경제성장은 곧 풍요로운 소비를 의미한다. 하지만 ‘거품경제’ 시대를 지나 ‘제로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품을 계속 구매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 다시 말해 ‘소비=행복’의 등식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고 있다.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교수는 2010년 펴낸 ‘행복 방정식’에서 행복에 대한 진지하고 성숙한 접근, 즉 새로운 행복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야마다 교수는 현재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내각 내에 설치된 ‘행복연구회’에서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제로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정부 차원의 국민 생활만족도 수치조차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