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Gag): 익살스러운 짓, 우스꽝스런 상황.’ 개그란 도대체 무엇일까. 장기 경제불황, 국민행복지수 하락 속에서 삶이 팍팍해진 사람들은 더 웃기 위해 개그를 찾는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심신의 피로를 풀고 정신의 균형감각을 찾는 일이다. 술, 담배, 무기 등 경제불황에 더 잘 팔리는 불황상품처럼 개그 프로그램과 개그맨은 요즘 같은 불황기에 더 인기다.
개그맨에게 개그는 사전적 정의 이상의 의미다. 개그는 웃음, 행복 등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정수(精髓)에 가깝고, 밥벌이 수단이자 입신양명(立身揚名)에 이르는 길, 인생의 구원이다.
김준호, 김준현, 김원효, 김지민, 신보라 등 인기 개그맨 18명을 대상으로 개그와 개그철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로부터 웃음끼를 쫙 뺀,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뚱보’ 개그맨 김준현은 “개그는 밥, 돈, 공기처럼 인간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존재하는 필수 조건”이라며 “웃음이 없다면 인간의 평균수명은 아마도 40세 안팎이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맨 김원효는 개그는 “발명”이고, 웃음은 “인간이 가진 가장 행복한 바이러스. 심신을 치료하고 행복 공동체를 만들어준다”고 정의했다. 예쁜 개그맨 김지민은 개그는 “보답”, 웃음은 “진심”이라며, “진심을 다해 웃어주는 것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게 개그맨의 할 일”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신인개그맨 장기영은 “개그는 힘!”이라며 “모든 일의 원동력이 되는 힘을 준다”고 이유를 들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개그맨이 됐다는 신보라는 “개그는 관객, 시청자, 내가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활동 중인 박나래는 “국가에서 사용하는 유일한 마약”이라고 웃음의 강한 중독적 특성을 끄집어냈다. 박성광은 “가장 큰 슬픔이 개그다. 슬플 줄 알고, 눈물 흘려본 사람만이 웃길 수 있다”며 광대의 눈물을 떠올렸다.
개그맨으로서 지닌 개그철학도 각양각색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맏형 격 김준호는 “의미를 최소화하고 웃기는 걸 최대화하자”라며 ‘몸개그’ 철학을 밝혔다. 김원효와 장도연은 “내가 먼저 웃어야 남을 웃길 수 있다”며 스스로 즐거운 마음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촌놈’ 양상국, 권재관, 신보라는 “시청자보다 편한 위치” “자기 희생” 등 남보다 낮은 자세를 꼽았다. 신보라는 “1년 동안 ‘용감한 녀석들’ 코너를 하면서 컨셉상 ‘디스(다른사람을 폄하하는 행동이나 노래)’를 했는데 행여 당사자 분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하나 내심 속앓이를 많이 했다”며 “스스로 망가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겸손해했다.
‘웃픈(웃기지만 슬픈)’ 개그로 뜬 이문재는 “제 개그철학은 무조건 행복이다. 해피엔딩의 개그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개그맨은 평소 영화, 연극, TV 등을 즐겨보면서 늘 유행감각을 유지하고 모든 일상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촉’을 키운다. 각종 모임과 발표 등에서 스스로 망가져 억지 웃음이라고 유발시켜야 하는 현대 직장인에게, 개그의 달인들이 건네는 조언은 쓸만한다. 자신만의 이야기 발굴, 자신감, 연습이 공통적으로 꼽힌다.
김준호는 “유머나 개인기도 해버릇해야 한다. 단 가족에게 먼저 테스트해고 남에게 시도해봐라. 가족은 썰렁하다고 죽이지는 않으니까!”라고 무조건적인 연습을 강조했다. 박나래 역시 “일단 한사람을 먼저 이해시킨 후 차례 차례 이해를 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지호도 “여러사람에게 실험해봐서 자신만의 레파토리를 가져라. 그것만 있으면 대중 앞에 설 때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붙으면 애드리브도 생긴다”고 노력을 주문했다.
김준현은 “자신만이 가진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라”며 “유머는 여유에서 온다. 한발짝 물러서 시각을 조금만 틀어준다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웃음 제조기가 될 수 있다”고 귀뜸했다. “상대방을 칭찬하라”(정태호), “상대방 이야기를 먼저 들어라”(임혁필), “집단의 특징을 파악해라”(권재관), “서투른 시도보단 들어주고 리액션을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라”(정지민) 등 상대에 대한 파악과 경청이 먼저라는 응답도 많았다.
신보라는 “주위 사람들을 관심갖고 관찰해서 공감대있는 말투나 행동을 유머가 필요한 순간에 곁들여 재미있게 얘기하고 흉내내면 주변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신인 개그맨 이찬은 “노력하다 실패하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당황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과정을 이겨내며 꿋꿋이 농담을 하면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며 “뻔뻔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성광은 “망가짐을 두려워말라. 다른 사람이 험담을 해도 즐겨라”라고 충고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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