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자동차서 기부상품까지 소비자 관심사 자극해 구매 유도
생활밀착형 유통채널 홈쇼핑 송년회 앞둔 연말엔 유명브랜드 가방 연초엔 혼수준비 예비부부 겨냥 가전 증정
미술품·여행권…고가경품 내놓던 백화점 불황 여파로 장바구니 등 사은품 제공
공짜의 유혹은 달콤하다. ‘얼마 이상 구매’ 등 조건이 붙어있어 엄밀히 말하자면 공짜가 아니다. 그러나 경품이란 말은 절로 귀가 솔깃하게 한다. 이런 심리를 자극해 잠재 고객들을 모으는 경품에도 유통가의 전략이 숨어있다.
▶시선주목형부터 실속형까지…업체별 경품 전략은=롯데백화점의 경품 전략은 과감하다. 업계 1위답게 노리는 집객의 규모도 다르고, 이에 부합할 만한 화려한 경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98년 1월에는 신년세일 경품으로 쌍용아파트를 내놨다. 경품으로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09년에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아파트와 우주여행, 고객의 소원을 들어주는 경품을 내걸었다. 당시 ‘롯데캐슬 아파트 48평형’이란 경품에 응모했던 인원은 280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추첨 당일에는 추첨장소인 롯데 잠실점 앞에 1000명의 사람이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참여형 기부상품을 경품으로 내놔 화제를 모았다. 2011년 고객들이 사은품으로 받을 몫을 기부하겠다고 선택하면, 현대백화점이 그만큼의 금액을 보태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인공 달팽이관 수술비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당시 총 2억원의 기금이 모여 40여명의 어린이가 수술을 받았다. 평소 고객봉사단 조직 등으로 지역 고객들과 소통을 활발히 했던 게 많은 참여를 끌어낸 비결로 꼽힌다.
GS샵은 구매횟수에 따라 샴푸나 캔햄 등 생활필수품을 증정하고 있다. 홈쇼핑은 생활밀착형 유통 채널이다 보니, 값비싼 경품보다 실용적인 경품이 더 효과가 좋다는 판단에서다. 불황을 맞아 소비심리가 움츠러든 시청자들을 움직이기 위해 3회 등으로 경품 증정 기준이 되는 구매횟수를 정해놨다. 두 번 물건을 구매한 이들은 한 번만 더 구매하면 선물을 증정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으면서 구매심리가 들썩이게 마련이다.
CJ오쇼핑은 ‘라이프스타일 쇼퍼’라는 회사 콘셉트에 맞게 고객의 생활 사이클에 따른 경품을 기획하고 있다. 12월에는 주로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 경품으로 등장한다. 연말에는 송년회가 많아 가방 등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혼수 준비 수요가 많아지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는 TV 등 1억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경품으로 내놨다. 경품 행사를 진행했던 주말은 전주보다 매출이 30%나 오르기도 했다.
▶경품으로 보는 세태변화=경품의 변천사는 세태 변화를 가늠케 한다. 경품이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를 건드려야 구매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980년 롯데백화점은 롯데껌과 소시지로 경품의 역사를 시작했다. 이후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접시세트, 고급 커피잔세트 등을 증정했다.
이후 2000년대에는 금융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이 경품으로 등장했다. 롯데에서는 제일투자신탁증권의 주식이나 20만원 상당의 증권 계좌를 내놨다. 상품권이 경품으로 등장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부동산 광풍이 일었던 2000년대 중반께는 부동산 상품이 경품으로 쏟아져나왔다. GS샵에서는 2004년 17평형 아파텔과 서산간척지 600평을 경품으로 내놨다. 2005년에는 GS그룹 출범을 기념해 잠실의 아파트를 경품으로 제공했다.
2009년 금값이 연일 치솟았던 때에는 순금이 인기 경품이었다. 이후 잠시 반짝였던 경기 호황기에는 고가의 경품이 인기를 얻었다. 현대백화점은 2010년 1억원 상당의 상품권, 에쿠스 리무진, 세계여행권, 앤디워홀의 작품 등을 경품으로 내놨다. 이 에쿠스 리무진은 G20 정상회의 때 사용됐던 한정판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CJ오쇼핑은 2010년 수입차 포드 머스탱 쿠페를 경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통가에서 고가의 경품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운 좋은 몇 명에게만 돌아가는 엄청난 행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백화점도 경품보다 장바구니나 샴푸세트, 수건세트 등을 사은품으로 주고 있다. ‘문화백화점’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정도만 미술품 등을 사은품으로 증정해 차별화하고 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