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거래 수단이 ‘모바일’로 통일되고 있다. 각 금융사들의 영업창구는 손톱만한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변신했고,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은 여러 앱들을 소복히 담은 알라딘램프가 됐다. 금리 0.1%가 아쉬워 부지런히 발품을 팔던 ‘알뜰족’들은 스마트폰에 진열해 둔 앱을 가볍게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앱들은 금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예적금, 대출, 펀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준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검지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을 가볍게 스칠 때마다 하루 1조원의 돈이 은행계좌를 들락날락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 등록자는 총 3704만명으로 전년보다 56%증가했다. 하루 이용금액은 약 9615억원, 이용건수는 1295만건으로 매해 1.5~2배 씩 실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권시장의 무선단말기주식거래(MTS)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6500억원을 돌파했다. 그간 개인거래의 중심에 서있던 HTS는 ‘저무는 해’가 됐다. 작년 12월 기준 MTS 거래비중은 8.15%로 전년 1월보다 162% 증가했지만 HTS는 32.89%로 11.08%p 감소했다. 스마트폰과 신용카드가 합체된 모바일카드 발급매수도 작년 105만장을 돌파하는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천재 스티브잡스의 역작인 스마트폰이 금융채널의 생태계를 뒤흔들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발 빠르게 모바일 앱과 상품을 쏟아냈다. 덕분에 국내 스마트금융 수준은 전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최근 등장한 스마트금융 상품은 기본 금융거래 기능 뿐만 아니라 재미와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SNS와 금융상품을 연결짓는 추세다.
지난해 8월 출시된 KB국민은행의 ‘말하는 적금’은 3D캐릭터가 등장해 “배고파요. 저축하세요!” “만기 축하해요!”라고 외친다.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터치하며 춤도 추고 고객의 말을 따라하며 익살을 부리는 등 감성적인 요소를 곁들였다. 계좌 현황을 농장육성 방식으로 표현한 스마트폰 전용 예금, 적금 상품도 있다.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농장의 동물수가 등장하고 우대이율이 늘어나면 나무와 먹이가 증가해 농장이 풍성해지는 등 게임의 재미를 첨가했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카메라로 보이는 실제 화면에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앱을 이용하면 내가 위치한 곳에서 가까운 은행 영업점과 ATM기기를 조회하는 것은 물론 그 곳까지 화살표로 안내해준다. 아파트 시세 서비스는 화면 위에 부동산 정보를 겹쳐 주변 아파트 시세정보, 단지 정보, 중개업소 는 물론 맞춤형 검색과 대출 가능 금액까지 조회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모바일카드는 스마트폰 몸체가 ‘카드’가 된다. 잡다한 제휴카드와 신용카드, 체크카드가 휴대폰 안으로 들어가 지갑을 따로 들고다닐 필요가 없다. 휴대폰을 카드 단말기에 갖다대면 ‘삑’하고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금융기관들에 있어 스마트금융의 확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자 생존의 문제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이 거래에 주도적인 위치였지만 점차 고객 중심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객들은 스마트폰 안에 다양한 금융기관의 축소모형(앱)을 담아놓고 금융 채널의 서비스를 손쉽게 비교해보고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던 대면채널이 줄어들고 비대면 채널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보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 고객 친화적 앱과 부가서비스 개발이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스마트금융의 부상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터치’ 몇 번으로 하루에도 수십조원의 돈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다.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해 “세계 최고의 부유층일수록 모바일 금융거래를 많이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SC은행이 전세계 190만달러(약 20억원)이상의 자산가 3477명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모바일뱅킹을 사용했고 56%가 스마트폰 IT기기를 이용해 부를 창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2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부유층의 72%가 금융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50만달러 미만을 보유한 일반부유층은 50%만이 사용하는데 그쳤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뱅크2.0’의 저자인 브렛킹은 지난해 새 책을 통해 “2015년에는 영국인구의 10명 중 1명만 은행지점을 이용할 것”이라며 “모바일이 인터넷을 제치고 최고의 선호채널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