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승인안내줘 기업들 타격 빈번 日기업 美가빌론 인수는 조건부 승인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세계 최대 시장이란 점을 무기로 중국이 다국적 기업들의 인수ㆍ합병(M&A)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M&A 승인을 내주지 않아 일본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의 세계 전략에 타격을 주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이른바 ‘차이나리스크’에 ‘M&A 리스크’가 추가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 반독점국은 23일 오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공고에서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가 미국 곡물 메이저 가빌론을 56억달러에 사들이는 합병안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양사 합병을 승인하면서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다. 마루베니와 가빌론이 중국에 콩을 수출하는 경우 합병 이전처럼 양사가 각각의 독립적인 수출팀을 꾸려 상호 간 시장정보 교환을 차단하도록 요구했다. 또 마루베니가 가빌론으로부터 콩을 구매할 때 반드시 시장 가치로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콩 수입국으로, 전 세계 콩 교역물량의 60%를 넘는 양이 중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특히 마루베니는 중국의 최대 콩 수입업체로, 지난해 중국이 사들인 콩 5840만t 가운데 105만t을 공급했다. 옥수수 등 다른 곡물까지 포함하면 연간 대중(對中) 수출량은 1100만t에 달한다. 마루베니는 지난해 5월 미국 곡물업계 3위인 가빌론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11개 국가의 반독점 당국의 인가를 받아 그 해 9월에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미국과 유럽은 일찌감치 승인을 해줬으나 중국이 시간을 끄는 바람에 합병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반독점법을 시행하면서 일정 규모를 넘어선 기업들의 M&A를 심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들의 M&A는 꼼꼼히 살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M&A가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측은 이를 일종의 ‘대일 제재’ 카드로 간주하고 있다. 마루베니 외에도 지난해 일본 주택 건설업체 다이와하우스의 후지타공업 인수도 중국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연기됐다가 올 1월에야 승인이 떨어졌다. 다이와하우스의 도급업체인 후지타는 중국 내 건설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국적 M&A 승인에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난주에도 중국 상무부가 광산업체 글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650억달러 합병을 승인해 협상이 마무리되도록 했다”면서 “중국이 국제적인 기업 M&A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