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4회> 바람에맞서는 법(13)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에이, 2번도 탈락!”
처녀들이 알몸으로 깔고 앉았던 방석을 검사하던 연산군처럼… 신희영은 언더웨어로 가려진 모델들의 신체 일부분을 신중하게 검사하고 있었다. 연산군이나 신희영이나 아마도 기대하는 바는 같았을 것이다. 연산군은 방석 검사 이후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신희영은 언더웨어 검사 이후에 또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회장님, 2번은 몸매가 아주 훌륭한데요? 여섯 쪽으로 갈라진 복근이 예술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봐주세요.”
“탈락이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형식적으로 워킹이라도 시킨 후에 탈락시키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여간 탈락!”
탈락을 선고한 신희영의 시선은 벌써부터 대기실에 혼자 앉아있는 3번 모델의 지겟작대기 쪽으로 향해 있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대기실 영사막에는 노브라 차림으로 출렁거리며 워킹을 하는 쁘레따뽀르떼 여성 모델의 현란한 모습과 도나 썸머의 야릇한 목소리가 계속되던 중이었다.
‘꿀꺽!’
그때, 이게 웬 일인가… 신희영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야 말았다. 제 차례가 다가오기 전에 양 팔을 만세 부르듯 펴고 심호흡을 하는 3번 모델의 언더웨어 부위가 그야말로 바람직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보 이사, 3번 모델… 이름이 뭐지요?”
“3번 요? 바로 회장님이 지목하셨던 박박진진입니다.”
“그래요? 저 모델이 박박진진?”
신희영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무릇 장기판에서 상대가 장군을 부르면 멍군으로 대적하는 법, 박박진진이 언더웨어를 통해 장군을 불렀으므로 신희영도 벌떡 일어서서 멍군으로 예의를 갖춘 셈이었다.
“면접실로 나오라고 할까요?”
“아니야, 잠시 대기실에 남겨두세요. 검토할 게 있어요.”
‘춘래불사춘’이라… 동호에 봄이 왔건만 그녀의 마음은 아직 봄이 아니었다. 유민 회장과 등을 돌린 지 벌써 몇 해던가? 그동안 그녀의 육체에는 스산한 겨울바람만이 엄습하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가끔씩 강준호라는 골프선수와 몸 친구를 맺기도 했지만 60 나이를 훌쩍 넘긴 강준호는 그녀에게 달콤한 봄비가 되어줄 수는 없었다.
‘이제야 봄이 오려나 봐.’
대기실에 설치된 CCTV는 사방으로 4대, 천정에 1대, 도합 다섯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명 또한 주광색, 장미색으로 혼합되어 자연 그대로의 색상을 되쏘고 있었으니… 3D 차원으로 감상하는 박박진진의 지겟작대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던 것이다.
“헛 둘, 헛 둘…”
송수신기를 통해 느닷없는 기합소리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가? 신희영이 정신을 차리고 화면을 들여다보니 박박진진이 바닥에 엎드린 모습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중이었다. 울룩불룩 이완되었다가 수축되는 이두박근과 우람한 등판 근육이… 단지 바라볼 뿐인데도 오금이 저려왔다.
‘그래, 저 자세야… 저 각도라고!’
‘어흐흡’ 숨이 막혀오고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을 보니… 신희영은 제풀에 제 자신의 앞날이 걱정될 따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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