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3회> 바람에맞서는 법(1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으음~ 아이 필 럽, 아이 필 럽, 아이 필럽~ 아이 필 러브!’

1948년에 미국에서 태어나 70년대를 풍미한 미국 흑인 여가수, 도나 썸머의 야릇한 노래가 HY 훌 푸드 광고모델 선정을 위한 모델 테스트 대기실에 울려 퍼졌다. 1948년생이니 지금은 할망구가 되어 있겠지만, 70년대 당시에 취입한 목소리는 아직도 충분한 연노랑 빛을 띠고 있었다.

“아이고, 회장님. 노래 분위기가 너무 야릇한데요? 제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

대기실엔 CCTV만 설치되어 있었을까? 물론 아니었다. 대기하는 모델들의 숨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고성능 마이크 장치도 설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점검 중이던 홍보이사는 마이크를 통해 이렇게 신희영과 교신 테스트를 하는 중이었다.

“잘 들리네요. 마이크 성능은 완벽해요. 이제 홍보이사께서는 쁘레따뽀르떼 패션쇼 영상을 틀어놓으세요. 대기실 조명을 충분히 밝혀놓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음악은 같은 곡으로 반복해서 나올 수 있도록 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홍보이사가 대기실과 면접실을 오가는 동안 신희영은 대기실과 연결된 커다란 화면을 응시하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제 잠시 후엔 대여섯 명에 달하는 꽃미남들이 언더웨어 차림으로 대기실에 모여들 것이다. 말이 언더웨어지, 팬티만 걸친 젊은 사내들이 곧 화면에 그득 들어찰 것을 생각하니… 자기 자신이 말의 교미장면을 보기 위해 알몸으로 방석 위에 올라 앉아있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홍보이사 주머니 속에 송수신기를 감춰 넣으세요. 모델 심사를 하는 동안 나와 교신하는 모습을 절대 모델들이 알아채면 안 됩니다.”

“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이런 난리를 꾸민 후에야 HY 훌 푸드의 광고모델 선별 심사가 시작되었다. 어느덧 시계바늘은 퇴근시각을 훌쩍 뛰어넘어 밤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야밤에 무슨 생 쇼를 한담? 목구멍이 포도청이지…’ 어쩌고 하며 홍보이사는 속으로만 투덜거렸다. 자칫 목소리가 새어나와 송수화기로 연결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자! 1번부터 3번까지 대기실에 들어섰습니다. 맨 앞이 1번 모델 오갑수입니다. 회장님. 나이는 스물 넷!”

“알았어요. 일단 5분 정도 대기시킨 후에 한 명씩 면접을 보세요.”

신희영은 이렇게 지시했다. 이를테면 5분 동안 대기실의 CCTV를 통하여 충분히 사전 테스트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주안점을 둔 것은 광고CF 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그게 뭐냐고?

‘저런… 1번은 아무런 반응이 없군.’

신희영은 속으로만 끌탕을 했다. 목소리는 물론 침 삼키는 소리라도 마이크 밖으로 흘러 나간다면 당장 홍보이사의 귀로 전송될 것이기 때문에 극히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저 작자 태도가 뭐 저래? 허우대는 멀쩡한데… 고자 아니야?’

쁘레따뽀르떼 패션쇼의 여자모델이 마침 노브라 차림으로 워킹을 하는 중이었지만… 1번 모델 오갑수는 전혀 시큰둥한 태도였다. 도나 썸머의 야릇한 목소리도 결코 그를 흥분시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태도가 시큰둥하니 팬티 아랫부분의 반응도 시큰둥할 수밖에. 뭔가 화끈한 반응을 기대했던 신희영은… 낙심천만이었다.

“1번 탈락!”

아직 면접실에 들어서지도 않았고, 아직 워킹 테스트도 하지 않았건만 신희영은 송수신기를 통해 ‘1번 탈락!’을 외치고야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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