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7회> 바람에 맞서는 법 6
“그것 참 기막힌 일이로군. 묘한 일이야.”
랠리 CF촬영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보낸 세 명의 비서로부터 첫 번째 보고를 전해 받은 유민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랠리 경기 짬짬이 골프를 치고자 하는 미녀 선수를 만나 동반 촬영을 하기로 했다는 사항 때문이었다.
“요즘은 CF에서도 복합적 재미를 추구해야 성공하는 법입니다. 회장님. 그런데 랠리경기 도중에 골프도 함께 치겠다는 아가씨를 만났으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 온 셈이지요. 시청자들 입장에선 얼마나 신선하겠습니까?”
“그 아가씨 이름이 뭐라고 했지? 혹시 강유리라고 하지 않던가?”
“율리아나라고 하던데요?”
“율리아나? 서양 여자야?”
“아닙니다. 엄연한 한국 아가씨인데… 몸매나 하는 짓은 완전 서양 여자입니다. 화통하기 이루 말할 데 없고요….”
“화통하다고?”
“글쎄, 사막을 달리다가 지루해지면 비키니로 갈아입고 드라이버 샷을 날리겠다지 뭡니까? 랠리경기는 참가하는 걸로 만족한답니다.”
물론 강유리가 제 본명을 밝혔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민 회장은 보고를 받는 순간 그녀가 강유리 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그녀와는 또다시 묘한 인연으로 맺어지게 되는 셈이었다. 극적인 순간에 극적인 모습으로 만나게 되는 그녀와의 인연이 자못 흥미롭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 여자… 얼굴이 유난히 희고, 왼 볼에 보조개가 있지 않던가?”
“네, 그렇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입니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한 번 스친 적은 있어. 하여간 잘 되었군. CF가 방영되면 온 세상이 떠들썩하겠어.”
유민 회장은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아련한 옛 생각에 젖어들었다. 몽골로 여행을 갔을 때였던가? 난방이 되어 있지 않은 게르에서 샤워를 하다가 강유리와 함께 얼어 죽을 뻔 했던 그 기억… 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져서 그녀를 품에 안고도 상열지사를 이루지 못했던 그 불편한 기억….
한편, 유민 회장이 몽골여행의 추억에 젖어있던 그 순간… 신희영 역시 강준호로부터 기막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요즘은 매 사건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시대 아니던가. 랠리선수로 참가한 유호성의 경기모습을 실황중계 하듯이 CF로 쏠 것이란 사실, 그리고 그 CF 촬영에 주인공으로 동참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유리는 즉시 강준호에게 알렸고… 강준호는 망설임 없이 그 내용을 신희영에게 보고하는 중이었다.
“일이 저절로 술술 풀립니다 그려, 신 여사! 말이 CF지 실황 중계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유리가 어련히 잘 하겠습니까만은… 어벙한 유호성이 랠리경기 도중에 모든 걸 포기하고 골프선수로 전향하는 과정이 장차 온 국민에게 생중계되겠군요.”
“그래요. 하늘이 돕는군요. 제가 한 짓이 온 국민에게 방영된 걸 알면 그 녀석이 두 번 다시 랠리선수로 나설 수는 없을 거야. 그렇죠? 쪽 팔려서라도 말이에요.”
“그렇다마다요.”
“내친 김에 강유리 선수가 이번 일을 꼭 성공시켜야 할 텐데….”
“걱정 붙들어 매세요. 랠리 경기가 얼마나 힘듭니까? 사막 한가운데서 하늘이 노래지고 눈알이 뱅뱅 돌 때쯤에 유리가 비키니로 갈아입고 착 나서기만 하면… 끝이지요 뭐.”
강준호는 이렇게 자신하고 있었다. 아니 기필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호성의 습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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