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6회> 바람에맞서는 법(5)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가장 대중적인 메르세데스 벤츠로부터 BMW 650Ci, 재규어 XKR, 페라리 F430 등등 스포츠 드라이버들이 좋아할 만한 머신들, 그리고 장거리를 고속으로 질주할 수 있는 그란 투리스모 등등, 또한 포르셰 파나메라, 스쿠데리아 따위의 슈퍼 카들이 줄줄이 도열해 있는 것만 봐서는 이번 5개국 관통 랠리대회의 규모나 인기도 꽤 높은 것만 같았다.

비록 언론사들이 앞서 나서지 못한 것이 흠이긴 해도 그건 주최 측의 실수일 뿐이었다. 선수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었으니 오로지 달리고 승리할 생각에만 젖어 있었다. 하긴 그 이면에는 어떤 경우로든지 목돈이나 명예가 오가는 재미도 딸려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경기의 이면 뒤에 더욱 깊숙이 숨겨진 또 다른 이면이었다. 심층내면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아무리 심층내면이 숨겨져 있다 하더라도 그 징후나 조짐은 겉으로 드러나게 마련인 법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강유리가 몰고 나타난 머신이었다.

“아가씨 뭐하자는 거예요? 랠리대회에 골프채를 싣고 출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아가씨 랠리 출전 선수 맞아요?”

영어 깨나 한다고 정평 나있는, 그러나 오지랖 넓기로도 유명한 소위 천재 비서가 강유리의 머신 옆에 붙어서 이렇게 소리 질렀다. 물론 유창한 영어로 말이다. 강유리가 몰고 나온 머신은 뒷부분을 오픈한 형태로 개조되어 있었다. 차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뚜껑 일부분을 떼어낼 수는 있었지만… 웬걸, 오픈 된 트렁크 안에는 골프백과 보스턴백이 단정하게 실려 있질 않은가.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머나, 한국 기자 분들이시군요? 반가워요.”

그러나 검게 선팅 된 운전석 유리창이 스르륵 열리면서 들려온 대답은 뜻밖에도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한국말이었다.

“어? 아가씨… 우리나라 선수예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유민 회장의 특명을 받고 CF 제작을 위해 멀리 중국으로 찾아온 세 명의 비서들은 뜻밖에 마주친 고국 아가씨를 보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더구나 얼핏 보아도 양귀비 뺨치는 미인이었으니…

“그럼요. 당당히 태극기 문양을 붙이고 출전했잖아요?”

강유리도 반갑기는 매일반이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랠리대회에 출전해서 경기 도중에 골프를 치는 유별난 일을 벌일 바에야 그 모습이 세계만방에 퍼져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에 한껏 젖어있던 중에 육중한 카메라를 멘 기자단을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았을까.

“그런데 어쩐 일로 골프채를 싣고 왔습니까?”

“까짓 거, 랠리도 즐기면서 짬짬이 골프 좀 치면 안 되나요?”

“네? 짬짬이 골프를 쳐요?”

“저는 원래 골프선수거든요? 하지만 어쩌다가 랠리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고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자동차 경주도 신나지만 골프도 좋으니 떠블로 뛰어야지요. 일석이조,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도 있잖아요?”

다시 들어봐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세 명의 비서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갑자기 번갯불이라도 맞은 듯, 머릿속에서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었다.

“아가씨. 보자 하니… 랠리 경기에는 참가하는 데에 의미를 둔 모양인데, 어차피 우승다툼을 하지 않을 바엔 우리와 동행하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는 특별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번 랠리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텔레비전에 방송할 예정이라고요.”

“그래요? 어머나, 듣던 중 반가운 말씀인데요? 그럼 저도 한국 텔레비전에 조연으로 등장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것을 두고 겉 궁합, 속궁합이 함께 맞아떨어진다고 하는 것일까? 세 명의 비서들과 강유리는 즉석에서 의기투합 하고야 말았다. 장차 어떻게 뒷감당을 할 것인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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