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춘병ㆍ 박세환 기자]‘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은 이혼한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말로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연예인들이 이혼 전후의 삶을 대중매체를 통해 가감없이 풀어낸 뒤 다시 ‘홀로서기’에 나서는가 하면, 우리 일상과 직장에서도 당당히 홀로서기에 나서는 ‘돌싱’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한 번의 결혼 실패 뒤에 자신의 삶을 알차게 만들어가는 ‘돌싱’들도 많아 더 이상 ‘이혼 경력’이 수치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화려하기보다는 당당함으로…”=패션디자이너 신정인(39ㆍ가명) 씨는 2004년 결혼 뒤 남편의 잦은 외도, 시댁과의 갈등 속에서 2009년 이혼했다. 돌싱 4년차를 맞은 그는 “이혼을 하고 나니 오히려 자신에 대한 애착이 강해진 것 같다”며 돌싱 생활을 간략히 정리했다.
신 씨는 이혼 직후 힘들었던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두고 온 딸아이 생각과 친척ㆍ친구 등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돌싱녀로서의 초기 삶을 전했다.
그는 “주변 시선은 물론 훗날 딸에게 이혼을 결심한 엄마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가 당당한 삶을 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직장 일에 더욱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는 2011년 남편에게 위자료로 받은 강남 아파트를 처분해 의류회사를 차렸다. 그의 디자인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니아 층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니아 층이 점점 탄탄해지면서 최근에는 TV홈쇼핑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의 의류회사는 첫해 매출 8억원에서 지난해 42억원대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했기 때문에 하루 일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난 다른 돌싱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됐고, 그 덕분인지 사업도 잘됐다”고 말했다. 이어 “돌싱 라이프가 화려하다기보다는 당당하다는 쪽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일에 열중하다 보니 아직 재혼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게 된다면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신 씨가 ‘홀로서기’에 성공한 데는 다른 돌싱들의 조언이 컸다. 실제로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해피 돌싱’ ‘돌아온 싱글들의 만남’ 등 관련 카페 수십 개가 돌싱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단순히 이혼의 아픈 마음을 달래는 수준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법 등 돌싱 삶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들이 담겨 있다.
정익승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는 “과거 이혼남과 이혼녀는 부정적인 아이콘으로 낙인찍혔지만 이젠 이혼도 개인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며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한 돌싱들은 더 이상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돌싱의 명암, ‘리본족’과 ‘루저’=돌싱들의 ‘화려한’ 귀환은 결혼시장의 질서도 바꿔놓았다. 과거엔 ‘이혼했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 했던 돌싱들이 요즘에는 결혼정보시장에서 심심찮게 상종가를 올린다. 안정된 경제력과 자상한 성격을 가진 돌싱 남성은 ‘리본족’이라 불리며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리본(Reborn)족이란 ‘이혼 후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로, 경제적 능력을 갖춘 젊고 매력적인 이혼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다. 젊고 능력 있는 ‘돌싱녀’는 ‘배려심이 깊다’는 평가 속에 남성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돌싱의 세계에도 명과 암은 존재한다. ‘화려한 돌싱’과 ‘초라한 돌싱’의 양극화 현상이 그것이다.
‘돌싱녀’에 비해 ‘돌싱남’들은 우선 경제력이 탄탄해야 한다.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보통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야 자기 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집 없고 능력 없는 돌싱남에게 눈길을 주는 여자는 드물다.
돌싱들이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아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있을 때는 혼자만의 취미생활과 여가를 온전히 육아와 맞바꿔야 한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상대 이혼남에게 아이가 있다면 70%가량의 올드미스들은 만남을 갖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성격도 중요하다. 털털하고 인간적이거나, 쾌활하고 유머스럽거나, 차분하고 온화함을 갖춰야 인기 있는 돌싱남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돌싱 양극화 현상에 대해 “새 짝을 만나기에 앞서 똑똑하게 이혼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한다. 단지 ‘갈라져서 행복한 삶’이 아닌, 홀로 자립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인철 변호사는 “솔직히 이혼한 뒤 혼자 살 만큼 준비가 안 돼 있거나 자립 능력이 없을 경우엔 이혼을 재고하라고 한다”며 “진정한 돌싱 반열에 들고 싶다면 이혼을 왜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혼 뒤의 삶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막연히 ‘돌싱’의 꿈만 갖고 섣불리 이혼하면 미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혼도 아닌 ‘중간자’로 애매하게 살기 쉽다”며 “현명하고 신중하게 이혼하는 것이 돌싱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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