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공급 늘며 가격 유럽의 25%수준…철강·화학등 생산거점 이동 美경제 새 모멘텀으로

유럽의 제조업체들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해진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속속 옮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내 에너지가격이 급락하면서 유로존 기업들의 미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몇 년 새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미국에서 셰일가스전이 속속 개발되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격차는 지난 3년 새 크게 벌어졌으며, 대다수 기업들은 에너지시장이 장기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WP는 미국 내 에너지값 급락으로 유럽 기업들은 대서양 건너편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면서 미국 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독일 최대 화학기업 BASF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새로 지은 공장에서 활주로 제빙작업 등에 사용되는 포름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BASF는 2009년 이후 북미 지역에 57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BASF 관계자는 “유럽이 지금과 같은 환경에너지 정책을 지속한다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더 많이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1위 철강업체 푀스트알피네는 지난달 철강공장을 미국 텍사스로 이주한다고 발표했다. 새 공장 건설에는 7억1500만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최근 유럽 내 새로운 설비투자를 포기했으며, 2020년까지 미국 내에서 신규투자를 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볼프강 에더 CEO는 WP에 “현재 유럽 내 철강 생산규모가 10년, 20년, 50년 후에도 똑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면서 “장기적으로 유럽 내 산업설비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기업 로열더치셸그룹도 지난해 수백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짓기로 결정했다. 공사기간에 1만명 정도 신규 고용이 창출될 전망이다.

유럽 기업들의 미국행에는 미국 내 값싼 제조단가 등 가격경쟁력이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철강과 화학 등 에너지집약산업은 원자재와 전력원 등 값싼 에너지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WP는 유럽의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둥지를 옮겨오면서 미국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싼 에너지가격은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큰 이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에 점점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에 나설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윌 퍼슨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가격차는 미국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결정적으로 이끌어낼 정도로 막대하다”고 말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에너지가격이 최저점에서 반등하더라도 당분간 낮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