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6회> 바람에 맞서는 법(35)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5개국 관통 랠리대회가 시작되던 날, 대한민국 전역의 TV 수상기 앞에는 적어도 2천만 명 정도가 9시 뉴스를 보기 위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중에서 가장 뜨겁게 눈에 불을 켠 채로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은 유민 회장과 신희영, 거성그룹의 재벌 2세와 권일주, 그리고 대선주자의 특보를 맡고 있는 높은 양반이었을 것이다.
“아이고 뒷목이야!”
하지만 유민 회장은 9시 뉴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뒷목을 부여잡고 소파 위로 벌렁 드러눕지 않았던가.
“요즘 광고들이 왜 저 따위야? 저걸 광고라고… 쯧쯧!”
9시 뉴스가 시작되기 직전의 광고를 유심히 보던 높은 양반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기 시작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게 얼마 전까지 유민식품이었던 회사, HY 훌 푸드의 광고입니다. 유민 회장의 전처가 이어받은 회사지요. 명색이 식품회사인데… 웬 홀랑 벗은 사내놈이 나와서 절룩거리며 걷는 게 전부군요. 내 원 참.”
뜨겁게, 뜨겁게 상열지사를 벌인 직후에 인근 스튜디오로 끌려가서 즉석으로 워킹하는 장면을 찍어 CF 광고랍시고 내놓았으니 모델이 절룩거릴 만도 하겠지. 아무리 20대 청년이라지만 과로엔 장사가 없을 테니까.
“그따위 화사야 아무렇게나 광고한들 어떠랴 만은… 유민 회장은 어째서 저토록 얼치기 광고를 만들어 내놓은 거지요?”
“제 생각에는 유민 회장이 이미지 업 차원에서 공익광고를 기획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물애호를 기치로 내건 것이 그걸 증명하지 않습니까?”
높은 양반과 마주앉아 홍삼차를 마시던 재벌 2세는 이렇게 소견을 밝혔다. 그들 둘이 마주앉은 까닭은 유민 회장을 가마솥에 삶고자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유민 회장에게는 전화로 기본적인 내용을 통보하긴 했지만, 내친 김에 아예 뿌리를 잘라야 할 것이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뭐요? 동물애호?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로군요.”
“특보님과 유민 회장 간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습니까?”
“사연은 무슨… 하도 기가 막혀서 내뱉은 말이지요. 그 양반, 얼마 전에 내게 전화를 걸어 왔더군요. 그런데 첫 마디가 뭐라더라? 특보님, 날씨도 차츰 더워지는데 어디 좋은 곳에 가서 개나 한 마리 삶아 드실까요? 이러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뭐가 어째? 동물애호? 유민그룹이 동물보호에 앞장선다고?”
“유민 회장이 원래 그런 사람이지요. 그런데 그 양반이 특보님께 어쩐 일로 전화를 올렸습니까?”
“방송사에 압력을 넣어달라더군요.”
“그래요? 특보님 생각은 어떠신데요?”
“삶아야지요. 이미 대표님께도 보고 드렸습니다.”
“삶다니요? 유민 회장과 함께 보신탕을 드시려고요?”
“무슨 말씀! 토사구팽이란 말이 있잖습니까. 이제 5개국 관통 랠리도 성공리에 시작되었으니 더 이상 사냥할 일이 없어졌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지요.”“
“아! 유민 회장을 팽 시키겠다는 말씀이시로군요.”
재벌 2세가 약간 놀라는 기색을 보이자 높은 양반은 슬며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마침 그 순간 TV에서는 뉴스 속보로 5개국 관통 랠리대회의 장면이 보도되고 있었는데, 곧 이어지는 논평시간에 랠리 대회와 연관된 북한의 입장과 동향을 타진할 것이란 자막이 따라 흐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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