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9회> 바람에 맞서는 법(58)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워낙 당 서열 높은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라 불란서 출장 건은 기안과 동시에 결재가 이루어졌다. 허가도장이 찍힘과 동시에 출장비가 지급되고 여정을 프린트 한 서류뭉치가 곽승철 위원에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당 서열 33위인 도형철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속도전이었다. 제 6사단장과 헤어지자마자 평양 연예단원들의 명부를 뒤적였지만, 옷을 벗고 함께 누드 라운딩을 할 여성동무를 아직 한 명도 추려내지 못한 상태였다.
“원희야, 그러니 이걸 어쩌지? 너는 단원들의 몸매를 대충이라도 알고 있잖아? 꼴푸실력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저 몸매만 잘 빠졌으면 된단 말이다.”
도형철은 예원희에게 긴급요청을 띄워야만 했다. 예원희는 당의 명령에 따라 랠리경기를 기록하는 활동사진 작가로서 항저우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작은 아바지도 뭘 그런 일로 걱정을 하십네까? 우리 단원들 중에 곡예사 출신들이 일곱 명이나 있잖아요? 걔들로 팀을 꾸리시라우요. 걔들… 다른 건 몰라도 몸매 하나는 죽입네다. 가서 본때를 보이라고 명령하십시오.”
“그래? 그래, 그래! 그거 좋겠다 야.”
이렇게 해서 불과 하룻밤 만에 8명의 라운드 팀이 결성된 셈이었다. 제1조는 도형철과 인민무력부 부부장 공지호 위원, 그리고 에미나이 둘, 제2조는 6사단장과 곽승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그리고 역시 에미나이 두 명 이었다.
원래 곽승철과 공지호가 불란서 출장을 가게 된 목적은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진 보도전문기관 ‘쥬파 프레스’에 긴급으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5개국 관통 랠리대회가 벌어지게 되었고, 랠리 카들이 마지막 관문으로 북한 영내를 통과하게 되었으므로 차제에 전 세계의 랠리 카들이 북-중 간 국경을 통과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뿌려줄 만한 대상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쥬파 프레스는 정치적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보도기관이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쥬파 프레스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 조선의 풍광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인민들의 면모를 세계만방으로 알려야 할 것입네다.”
당의 상급자는 겉으로나마 유화적인 북한의 면모를 보여주자는 의도를 품고 그들을 프랑스로 급파했던 것이다. 북한 당국에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인민무력부 두 기관을 통해 정치, 정책적 시도를 2원화 하는 구조를 견지하고 있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의 곽승철 위원과 인민무력부 소속의 공지호 위원을 함께 엮어 프랑스로 보낸 것도 2원화 체제에 맞추자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지만, 곽승철과 공지호는 스무 살이나 어린 여인네들과 홀랑 벗고 공알치기를 할 것이란 말에 그만 눈이 뒤집혔던 것이다. 만사를 뒤로 젖혀놓고 라제니 골프장부터 찾아간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아하, 저기 보이는 곳이 라제니 구락부입네까? 역시 낙원으로 향하는 길은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단 말입네다. 안 그렇소? 동무들.”
프랑스 아키텐 주, 주립터미널을 나서면서부터 곽승철은 또다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간부로서의 체면 때문에 여태껏 젊은 에미나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평양 연예단 소속의 아가씨들은 그 냄새부터가 애를 태울 만 했다. 젊은 여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분 냄새는 어쩌면 이리도 향긋한지.
“내레 부끄러워서 어찌 공알을 칠지 모르겠습네다.”
흘깃 눈을 돌려 에미나이들을 보니, 걸음걸이를 옮길 때마다 나풀거리는 원피스 자락에서부터 꽃향기가 솟아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들은 한눈에 보아도 조선의 보통 여성동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허벅지에서 끊긴 원피스 자락 아래로 늘씬한 각선미가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크~ 저런 것들과 옷을 벗고 꼴푸를 친단 말이디?’ 곽승철과 공지호는 번갈아가며 침을 꿀꺽 꿀꺽 삼켜댔다. 벌써부터 콧날이 시큰해지고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만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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