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독거노인 무료급식소

자식에 재산뺏기고 온 할머니도 평생 공사장 전전한 할아버지도 새벽에 집나서 30분 걸어 도착 여기선 배도 채우고 말벗도 만나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낙

“아프고 외로운 우리같은 사람에게 밥 한 끼는 ‘생명의 밥’이지요.”

아픈 몸을 이끌고 외롭게 살아가는 독거노인에게 새벽밥은 고단한 삶을 지탱해주는 ‘생명의 밥’이었다.

지난 7일 새벽 4시50분. 아직 어두컴컴한 골목길 사이로 목발을 짚은 노인이 어디론가 향했다. 그의 발길이 멈춘 곳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사랑마루’ 무료급식소. 머리가 희끗한 노인 대여섯 명이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새벽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30분을 꼬박 걸어서 이곳을 찾는다는 이진명(62ㆍ가명) 씨는 “새벽밥은 가족만큼 귀한 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장을 전전하며 망치를 잡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결혼도 못했다.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판자촌 생활 중이지만 점심과 저녁을 굶더라도 무료급식소에서 새벽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니 다행”이라며 애써 웃어보였다.

이 급식소가 4년 전 문을 열었을 때부터 매일 나왔다는 ‘터줏대감’ 김귀남(88) 할머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김 할머니는 9년 전 가족과 완전히 연락히 끊겼다.

그는 “자식들이 몰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을 훔쳐 집을 팔아버리고 나를 쫓아냈다. 조카가 발벗고 나서 5000만원을 찾아줬지만, 그마저도 다시 아들들이 빼돌렸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할머니를 힘들게 한 것은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뿐만이 아니다. 매달 받는 9만5000원가량의 기초생활수급비와 동네 이웃이 모아준 폐지를 팔아 손에 쥐는 하루 2000원 정도의 생활비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인근 교회에서 가져다 준 쌀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김치가 떨어지면 김장철이 돌아올 때까지는 반찬 없이 밥만 먹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김 할머니에게 무료급식소는 배고픔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김 할머니는 “급식소에서 수저를 놓는 일이라도 하면 내가 쓸모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말하며 어느새 봉사자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6시를 넘어서면 급식소는 붐비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100여명의 노인이 길게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린다.

이곳에서 만난 안명자(75ㆍ여) 할머니 역시 가족과 연락이 뜸한 지 오래다.

안 할머니는 “사업을 하던 장남이 집을 날리고 나간 지 4년째”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리디스크에 우울증까지 겹쳐 10년째 고생 중인 안 할머니는 “그나마 급식소에 오면 밥도 먹고 사람도 볼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소를 찾은 독거노인은 모두 349명. 식단으로는 밥, 된장국, 김치, 메추리알, 빵이 제공됐다. 이 급식을 위해 매일 새벽 350~400명이 이곳을 찾는다.

봉사 2년차인 김미숙(57ㆍ여) 씨는 “배를 곯고 오는 노인이 많아 보통 식사량의 3~4배는 떠줘야 한다. 배식을 받고 난 뒤에 또 배식을 받거나, 한 사람당 1개씩 받는 빵을 두어개 더 챙겨가는 노인도 많다”면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성은(30ㆍ여) 사랑마루 간사는 “인천이나 서울 등 먼 지역에서 성남까지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오는 사람이 많다”며 “그 중에서는 고맙다고 박카스 한 병을 가져다주거나 장미꽃을 꺾어서 가져오는 분도 있다. 독거노인 중에는 삶의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는 분이 많은데, 그런 분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게 바로 새벽밥”이라고 강조했다.

황유진ㆍ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