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만3838명이‘ 이것’ 때문에 재판에 넘겨지는데…
5·18 역사왜곡·아이유 결혼설… 10년새 관련소송 4배 폭증 인터넷·SNS서 시비 비일비재
극심한 이념대립속 증오정치 보복성 명예훼손 고소 부추겨
2010년 10월 한 평범한 공익근무요원이 근무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두고 다른 네티즌과 논쟁을 벌였다가 모욕죄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공연히 타인에 대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거나 모욕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명예훼손ㆍ모욕죄가 더 이상 일반인들에게도 남의 일만은 아닌 시대가 됐다. 인터넷 소통 환경의 변화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공론장에 표방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한 달 사이에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출연 아동에 대한 악플, 아이유 결혼설 유포 등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말로 주고받은 상처를 법적 대응으로 푸는 현재의 한국은 ‘명예훼손 공화국’이다. 통계는 변화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훼손ㆍ모욕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제외)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만3838명이었다. 이는 2003년에 3140명이 기소된 것에 비하면 10년 새 4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인원이 무려 배(검찰 통계 2008년 3197명, 2012년 6068명)나 늘었다는 점은 달라진 소통 환경이 명예훼손 증가에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극심한 이념 갈등 역시 명예훼손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합성 사진이 유포되며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후 벌어진 일련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 쪽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한 사례도 많음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묘하게 진영이 전도된 풍경이다. 이 전 대통령 집권기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잇단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지며 표현의 자유 억압을 염려하는 진보 진영의 목소리가 분출된 바 있다. 이제는 역으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보수 인사들의 공세에 진보 진영이 명예훼손 혐의를 거론하며 맞서는 모양새다. 이념 대립 속에 터져나온 증오 정치가 보복성 명예훼손 고소전이라는 악순환을 낳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도한 명예훼손 고소전이 사회 전반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명예훼손ㆍ모욕죄 고소 증가 원인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이 빈발하면서 일반인들도 자신의 명예 감정에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심어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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