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헬스케어 장비 산업에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 바로 ‘GPS’다.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 네덜란드의 Phillips(필립스), 독일의 Siemens(지멘스)를 일컫는다.

한국은 물론 일본의 내로라 하는 전자업체들도 이 GPS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MRI, 내시경, 환자감시장치, 디지털 X-레이, 초음파 진단기기 등 개별 분야는 물론 종합장비에서도 이들의 경쟁력은 월등하다. 의료시장의 태생적 배타성까지 더하면 GPS의 아성은 난공불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과 같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따라잡기가 어렵다. 이민화 교수의 ‘디지털병원’ 구상은 이런 한계에서 출발한다. 이는 메디슨을 창업해 직접 해외 마케팅을 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초음파 진단기기와 같은 개별 품목이 아니라 한국의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병원관리 시스템, 의료정보 시스템, 의료기기 자체를 통째로 해외에 수출하자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디지털병원 시스템은 검사, 진단, 처방, 처치 등의 효율을 높여 전체 진료비용을 30% 가량 절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개인의 의료비 부담 감소는 물론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병원 수출에는 건설분야도 포함된다. 실로 개별 의료장비나 기기 수출을 뛰어넘는 초월적 전략이랄 수 있다. 이를 위해 의료장비 업체와 건설, IT업체가 망라된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KOHEA)’이 2011년 3월 출범했다. 조합은 이후 활발한 해외 설명회와 ODA와 연계한 지원을 통해 디지털병원에 대한 세계시장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주로 새로운 병원건설이 국책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는 중앙아시아, 중남미, 동남아 등의 국가가 대상이다.

세계 개발도상국과 산유국 등의 신규 병원 수요는 연간 3000억달러가 넘는데 비해 아직 이 시장에 뚜렷한 강자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산업을 블루오션이라고 함은 바로 이런 경우를 일컫는다. 10%만 차지해도 300억달러라는 막대한 국가적 수출산업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열한 민간병원 간 경쟁의 결과 일궈낸 최고의 경영 효율성, 효과적인 건강보험 운영체계 등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기존의 헬스케어 산업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민화 교수는 현재 이 조합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병원산업을 100으로 볼 때 의료기기와 소모품은 각각 5%, 의약품 15%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가장 IT융합이 안 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IT화할 경우 우리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합은 출범 2년 만인 현재 남미 등 일부지역에서 사업 수주가 가시권에 들어온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IT기술의 융ㆍ복합을 통한 우리나라의 디지털병원 시스템은 의료 효율을 높여 진료와 처치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 국가가 안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문제 해소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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