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1회> 바람에 맞서는 법(50)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강 프로님이 저렇게 맞다가 반신불수라도 되면… 어쩌지요? 지금이라도 신희영 회장님께 보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라고 보고합니까? 시킨 대로 유호성 선수 뒷바라지는 안 하고 마사지나 받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여자랑 애먼 짓 하다가 치도곤 맞는 중이라고 보고해요? 당장 짤리게? 난 그렇게 못합니다.”
“나중에 더 큰 화를 당하지 않을까요? 난… 애가 셋이나 딸렸는데… 그것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만 징징 거리세요. 열 받아 죽겠고만.”
“저 양반이 골프나 치자는 말에 홀려서 이 꼴이 됐지 뭡니까? 국으로 골프나 쳤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HY 훌 푸드 직원들은 저마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들의 마음속엔 어느새 강준호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차있을 뿐이었다.
“이러면 어떨까요?”
“왜요?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우리끼리 유호성 선수를 찾아가는 겁니다. 아무 소리 말고 유호성 선수 뒷바라지를 하다가 귀국하는 거지요. 강준호 프로가 죽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잖습니까?”
“나중에 신희영 회장에게 들통 나면 어쩌시려고요?”
“우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신 회장이 어찌 알겠습니까? 강준호 프로가 제 입으로 이실직고 할 리도 없는데…”
“그거,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럼 당장 유호성 선수를 찾아갈까요? 그러려면 돈이 좀 필요할 텐데… 돈 가진 것 좀 있어요?”
세상에, 원래 인간들이란 다 이 모양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당장에라도 뒤돌아서는 것이 머리 검은 짐승이란 말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 오죽하면 유산을 고양이에게 물려주는 사람도 있으려고?
그러나 세상일이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 HY 훌 푸드 직원들이 이런 모사를 꾸미던 중에 공안 취조실이 갑자기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뭐요? 이토록 어여쁜 아가씨가 이 남자를 성희롱 했다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어라? 말이… 되네?”
취조실로 군복을 입은 강유리와 팬티만 걸친 N-Dos 특공대원, 그리고 세 명의 유민그룹 비서들과 3류 영화감독, 촬영 팀원들이 우르르 들이닥치는가 싶더니, 공안들이 중국말로 열심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이 헤프닝 역시 말이 통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이야말로 평소에 중국 통을 자처하던 비서만 믿고 공안을 찾아왔건만… 웬걸, 중국 통 비서의 중국어 회화실력이 젬병이었다는 말이다.
“아니, 이 우락부락한 놈을 이 예쁜 아가씨가 성희롱 한 게 아니고… 이 예쁜 아가씨를 이 우락부락한 놈이 성희롱 했다고요!”
애초에 간단하게 설명할 수도 있었을 것을, 중국 통 비서는 폼 좀 재려다가 이 간단한 상황조차 현지어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중국 공안들은 옷 입은 꼴로 보아서 나름대로 판단할 수밖에.
“이거 신나는 일이구먼. 글래머 아가씨가 근육질 남자를 성폭행 했단 말이지?”
느닷없이 이토록 신나는 일이 벌어졌으니 여태껏 공들이던 강준호의 불법매춘 사건이야말로 별 볼일 없어지고야 말았다. 닭 잡으려고 칼 가는 중에 살찐 돼지 한 마리가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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