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정이 역 사극퀸 5년만에 남장여자로 컴백 중성적 매력 어필…시청자 눈길 타고난 동안외모+탄탄한 연기력 천진한 미소…‘잘생쁨’ 신조어도

배우 문근영(26)이 가장 문근영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타고난 동안, 중성적인 이미지로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픔을 표현하는 사극퀸, 다시 ‘남장여자’다.

지난해 3포 세대의 좌절을 품었지만, 당찬 한세경 (‘청담동 앨리스’)을 연기할 땐 말도 많았다. 여전히 소녀 같은 문근영과 사회에 첫발을 디디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걸어야 하는 한세경 캐릭터에서 이질감을 찾아내는 예리한 눈들 덕분이다. 한때 문근영이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였던 사실도 무색해졌던 때였다. 문근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극으로 복귀했다. 5년 만이다.

문근영의 사극 복귀작인 MBC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는 신윤복을 연기했던 2008년 ‘바람의 화원’(SBS)과 교집합되는 부분을 찾기 쉬운 작품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그렇다. 이번에도 문근영은 다시 한 번 ‘남장여자’가 됐다. 향후 3주간 하게 될 남장이지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장면은 상투를 틀고 패랭이를 쓴 채 천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꽃도령’ 문근영이었다. 방송 이후엔 ‘잘생쁨(잘생긴 데다 예쁨)’이라는 신조어까지 받아들었다.

‘바람의 화원’ 당시에도 문근영은 남장을 한 여자였다. 물론 차이는 있다.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이 ‘여성’이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드라마다. 여성이지만 여성으로 살지 못하는 신윤복을 연기하며 문근영은 저음의 목소리를 내거나 남성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등 남성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드라마를 통해 문근영은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남장여자’ 코드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라는 평가도 받았다.

‘불의 여신 정이’는 ‘바람의 화원’과는 다소 다르다.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백파선의 생애를 담은 이 사극에서 문근영은 필요에 의해 남장을 감행했다. 본래 말괄량이에 왈가닥인 유정은 아픈 스승(변희봉)을 대신해 그릇을 팔기 위해 신분과 성별을 잠시 감춰둔 상황이다.

문근영은 이에 대해 “신윤복은 남장을 하고 살았지만 정이는 여자로 살았다”며 “윤복은 많은 것을 감춘 상태에서 아픔을 간직한 캐릭터이지만, 정이는 아픔조차도 밝게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때문에 ‘불의 여신 정이’에서 문근영은 시종 밝고 경쾌하다. 드라마에는 남장여자 사극의 묘미인 아슬아슬한 정체 탄로 과정도 담기고, ‘꽃도령’의 강림에 웃음꽃이 핀 기생들도 상대해야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그려졌다. 남장을 한 채 어린 시절 동기(이상윤, 김범)를 만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설레고 아쉬운 장면도 담겼다. 남장여자 코드가 등장하는 드라마들의 매력 요소를 한 번에 터뜨려주는 셈이다.

문근영의 남장으로 ‘불의 여신 정이’의 성인시대는 확실히 빛을 발했다. 서글서글한 눈망울에 천진한 모습, 거기에 내면의 깊은 감정들을 소화해야 하는 문근영의 연기력은 향후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더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문근영이라는 배우는 타고난 동안 외모가 귀여운 소년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남녀 시청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며 “문근영이 가진 중성적인 이미지가 남장여자 역할에 잘 어울려 시청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무리 남장을 하고 등장한다고 해도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기를 얻을 수 없다”며 “특히 사극 속 등장인물은 대체로 시대의 벽을 뛰어넘는 도전적인 캐릭터가 많다. 문근영이 연기한 ‘바람의 화원’이나 ‘불의 여신 정이’도 마찬가지인데, 문근영은 이 같은 캐릭터를 소화할 만한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흡인력 강한 배우이기 때문에 호응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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