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안정선 부장 “이제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하는 시대
[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 경기도 용인의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동에는 독특한 공간이 하나 있다. ‘비전홀’로 이름붙여진 이 공간의 한쪽 벽면에는 폭 24m, 높이 3m 규모의 거대한 디지털 캔버스가 자리잡고 있다. 16K 초고해상도에 홀 전체를 채우고 있는 3D입체 사운드 시스템도 눈에 띄지만,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하얀 디스플레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7만명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임직원들의 얼굴. 모두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로 최고 경영진에서부터 신입사원까지를 망라한다. 스마트폰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받아 사번을 입력하면 자신의 얼굴이 크게 확대되기도 한다. 얼굴들이 모여서 글자를 만들기도, 파도도 그려낸다.
미국 최고 권위의 산업디자인 상인 IDEA는 이 공간에 전시부문의 상을 선사했다. 기업 철학을 잘보여주고 구성원들의 로열티도 높여주는 공간 마케팅의 우수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이 곳을 기획하고 만든 것은 광고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의 스페이스디자인팀이다.
“연수원이다보니 휘황찬란하게 꾸미기 보다는 그룹의 철학이나 비전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싶었다. 현대차에서 설명적이거나 뻔한 것 말고 새롭게 해보라는 말씀을 오히려 주셔서 설치미술을 하는 서도호 작가와 손을 잡고 자신있게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인 ‘Who am we?’처럼 ‘내가 누군가’나 ‘우리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룹속의 나는 누군가’를 생각해 보게하고자 했다”
스페이스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안정선 부장은 ‘작품’이 되어버린 공간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팀은 이름그대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직이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해외의 소비선진국에서 공간 마케팅은 마케팅 캠페인의 필수다. 새로운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의 행동을 유도해내고, 브랜드와 브랜드가 결합한 새로운 경험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철학을 주입하고 열망을 끌어낸다.
미국 올란도의 디즈니 테마파크에 있는 쉐보레의 테스트 트랙이 대표적이다. 쉐보레의 브랜드가 입혀진 디즈니의 어트랙션을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은 쉐보레와 디즈니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키운다.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와 전자제품 양판점인 ‘빅카메라’가 합쳐진 일본의 매장 ‘빅클로’는 남녀노소 모든 소비자를 끌어 당긴다.
“옛날에는 주어진 공간을 예쁘게 디자인해 사람들을 모을 것인가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공간을 통해서 어떻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느냐나 혹은 브랜드와 브랜드를 붙여 어떻게 새로운 경제 이슈를 만들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노션의 스페이스디자인팀도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이런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화재가 되었던 여의도의 ‘CarFe’ 매장도 안부장 팀의 작품이다. 현대차의 자동차가 전시되어이쓴 커피빈 매장에서 남자들은 차(Car)에 취하고, 여성들은 차(Tea)에 취한다.
공간 마케팅은 선구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공간 마케팅은 아직 갈길이 멀다.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감동을 주는 공간들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공간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 의류나 화장품 같은 여성 소비자가 많은 영역에서는 팝업 매장 같은 형태의 접근도 많다. 하지만 좀더 호흡이 길어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람을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가 아니라 잠재고객들을 위해 멀리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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