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양적완화 지속”발언 의미는

연준 FOMC 회의록 공개 유럽·중국 여전히 악재 산재 “출구전략 예상보다 관망해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이번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선물을 안겼다. 지난달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연내 축소 가능성을 시사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연준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과 버냉키 연준 의장의 같은 날 연설에서 자산 매입 축소 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당분간 지속=연준이 이날 공개한 FOMC 회의록에는 “ ‘많은(many)’ 위원이 노동시장 전망의 추가적인 개선이 있어야 채권매입의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채권매입의 단계적인 중단이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출구전략’의 추세적인 방향은 확인하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회의에서는 절반의 참석자들이 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연말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일부는 경기상황을 더 지켜보고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버냉키 의장도 이날 뉴욕증시 마감 이후 열린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최 행사에서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accommodative) (통화) 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가능성은 더 커졌다.

▶고용개선이 관건=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의 조건으로 제시한 미국의 고용 상황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월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채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확대 공급함으로써 월평균 20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이전 9개월 평균치인 17만4000개보다 3만개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지난달 전국 평균 실업률은 7.6%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정한 실업률 목표치 6.5%보다 1.1%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버냉키 의장도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고용시장의 ‘건강’ 상태를 과장되게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통계상 실업률이 실제 고용 상황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구전략 연기(?)=월가 전문가들은 연준 의사록이 비둘기파적으로 나왔다면서 연내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나 종료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연준의 양적완화가 예상보다 늦춰지기는 하겠지만 연준 내부에서 양적완화 축소ㆍ종료 시기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해 자산매입 축소 시기나 규모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오는 17∼18일로 예정된 버냉키 의장의 상ㆍ하원 청문회 참석과 30∼31일 열릴 올해 다섯 번째 FOMC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금리 담당 책임자인 브라이언 에드먼즈는 “현재 상황에서 연준의 출구전략을 예상하기보다는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주택시장이 개선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도 개선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회계장부는 견조하다”면서 “그러나 유럽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중국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나오고 있으며 지정학적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여전히 악재가 있다. 그동안 주가가 양호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남은 기간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의 스콧 렌 스트래티지스트는 “분명히 시장에서 다수는 ‘지금의 자산매입 속도가 조금 더 지속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시장은 Fed가 유동성을 급격하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상당히 확신하고 있으며 의사록은 이런 평가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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