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 감추어진 승부 (3)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한편, 상하이에서 공안에 잡혀있던 강준호, 강유리, N-Dos 특공대원, 그리고 세 명의 유민그룹 비서들과 3류 영화감독, 촬영팀원들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애초에 글래머 아가씨가 근육질 남자를 성폭행 한 희한한 사건으로 분류되던 것이 신희영의 신원보증으로 인해 겨우 풀려나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새벽 2시가 되어가던 시각이었으니 우리나라에선 새벽 4시가 되어가는 무렵이었다. 소위 유호성 케어팀의 졸병 두 명이 배신을 때리고 신희영에게 국제전화를 걸기 시작한 이후로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장거리 통화를 한 결과였다.

뭐, 전화를 세 시간동안 했다는 게 그리 대수로운 일은 못될 것이다. 하지만 신희영은 젊은 CF 모델 박박진진과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며 세 시간동안 통화를 했던 것이다. 그러니 기막힐 수밖에. 그 세 시간의 과정을 복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박박진진이 밤늦게 호출을 당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신희영의 오피스텔에 들어선 때가 우리 시각으로 새벽 1시였다. 매일 저녁 9시 뉴스에 맞춘 광고 CF를 찍어야 했고 수시로 보완을 해야 했으므로 새벽출입이 낯설지는 않은 터였다. 하지만 새벽 1시에 호출을 당하기는 처음이었는데…

“불렀지요. 세상살이가 막막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불렀지요.”

이렇게 대답하는 신희영 회장을 과연 박박진진은 어떤 식으로 상대했을까. 정답은 위로나 해주자는 것. 아직 CF 업계에 이름조차 제대로 내걸지 못한 신인 모델에게 종종 가해지는 유혹일 테니 속는 셈 치고 타협하지는 것. 이런 경우의 위로란? 불을 보듯 빤한 일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십니까?”

“가슴이 무너져 내리려고 해요. 숨을 쉬기도 거북해. 믿고 일을 맡긴 작자들이 중국에까지 가서 저마다 사고를 치다니!”

신희영은 가슴이 답답한 듯 몸을 외로 꼬면서 윗도리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어차피 처음도 아닌 바에야… 이게 뭔 소리냐고? 박박진진과 신희영은 이미 흥미진진하게 로데오 경기를 벌인 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며칠 전이던가?

소파 밑으로 신희영의 블라우스 단추가 또르르 굴러들어간 날, 신희영이 소파 밑을 뒤지기 위해 엎드렸을 때, 박박진진이 그 단추를 찾아주기 위해 겹으로 엎드리지 않았던가. 그날, 얼떨결에 박박진진의 지겟작대기를 보게 된 후 ‘Black is Beautiful’이란 기막힌 카피를 떠올리지 않았던가.

그날, 갑자기 20대 나이의 젊고 힘찬 사나이가 한쪽 팔을 뻗어 고삐를…아니 신희영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채찍질을… 아니, 그녀의 뽀얗게 드러난 엉덩이를 두드리며 달리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무릇 인간은… 누구든지 나이를 먹게 되면 외로움에 사로잡힌다. 돈이 없어도 외롭고 신희영처럼 부자인 경우에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권력을 움켜쥐어도 결국엔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니, 철학자의 말대로 기쁨과 활력은 리비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리비도란 무엇일까? 남녀상열지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원천 아니겠는가.

“불경죄인 줄은 알지만… 인공호흡이라도.”

“불경죄라니? 날 살려주는 일인걸. 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요. 중국에 전화 한 통만 할게요. 서너 명이 공안에 잡혀있다는데 궁금해서 견딜 수 있어야지?”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회장님께서 전화 하시는 동안 저는 인공호흡을 시작할 겁니다. 소리만 지르지 마세요.”

신희영도 아직은… 여자였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단추를 풀어 앞가슴을 드러낸 여자 앞에서 어찌 1초라도 참을 수 있으랴. 박박진진은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마침 전화기 너머로 강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므로 신희영은 대뜸 전화를 끊을 수도 없었다.

강유리의 전화목소리가 애타게 들려오는데… 박박진진이 젖가슴을 애무하며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대답은 해야겠고, 숨은 가빠오고, 몸은 뒤틀리고… 신희영은 정신마저 몽롱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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