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 바람에 맞서는 법 (63)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방향이 맞습네까?”
“조금만… 조금만 더 왼쪽!”
“이렇게 말입네까?”
“그렇디, 그렇디!”
머리가 허연 공지호가 승냥이처럼 납작 엎드려 있고, 그 맞은편에 승냥이의 먹잇감인 젊은 여자가 같은 모양으로 납작 엎드린 채 홀컵을 겨냥하는 모습은… 지극히 선정적이거나 혹은 지극히 성스럽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자신과 타인의 몸을 존중하고 부끄러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푯말을 내건 라제니 골프장 운영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지극히 성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공지호의 눈에 홀컵의 위치라든지 혹은 공이 나아가게 될 방향이 온전히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떠도, 아예 한 손으로 눈을 비비다가 다시 바라보아도… 공지호 부부장의 눈에 먼저 보이는 것은 은밀하게 숨겨져 있어야 마땅한 빨간 모자 아가씨의 비너스였다.
이 대목에서 잠시 숨을 돌리기로 하면… 라제니 골프장 운영자의 뜻은 아마도 속된 가식을 버리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속된 마음을 버리고 자연과 일심동체가 되어 골프를 즐기며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
호주 멜버른에 있다는 알몸카페, 중국 위해에 있는 펜션예성공원, 미국 메인주에 위치한 알몸커피숍, 독일 누드쇼핑 슈퍼마켓, 네덜란드 헤트랜드 알몸헬스클럽, 독일 뮌헨에 있는 알몸 바, 중국 남경에 자리한 미녀 나체식당… 모두 모양새와 영업방법은 달라도 그 뜻은 하나로 통할 것이라는 말이다. 모두 버려라!
바둑에서는 정석을 알고 난 뒤엔 정석을 깨끗이 버리라고 한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 기본을 완전히 익히고 난 후에는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도 말씀하시지 않았나,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하지만 공지호 부부장은 애초부터 욕정을 버릴만한 경지에 다다른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빨간 모자 아가씨의 은밀한 비너스를…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는 순간부터 욕정에 더욱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내레 죽갔구만!’
그는 정말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푸른 산, 드넓은 초원, 하얗게 내리쪼이는 태양빛 아래에서 바람마저 솔솔 불어오는데… 욕정으로 인해 부풀어 오른 지겟작대기를 숨기기 위해 한 손으로 여전히 모자를 틀어잡고 있을 뿐이었다.
“부부장 동지, 아무리 상대가 박음직 해도… 조금 참으시라우요. 부부장 동지가 빳따를 휘두를 차례 아닙네까?”
도형철이 공지호에게 슬며시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아, 그렇구만. 정말이디… 추억에 남을만한 순간입네다.”
공지호 위원은 멋쩍게 일어서서 퍼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퍼터를 홀에 겨냥하면서도 지겟작대기로부터 모자를 떼어낼 수 없었으므로 여전히 한 손으로 에이밍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공은 쪼르르 굴러서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행이었다.
“오마나, 우리는 온갖 노력을 다 해도 빗나가는데, 부부장 동지는 한 손으로 슬쩍 갈겨도 잘만 들어갑네다. 정말 대단하십네다.”
그녀는 마치 자기가 홀인을 한 것처럼 일어나서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아! 이브가 해맑게 웃으면서 팔짝팔짝 뛰고 있구나… 원추형의 젖가슴이 미치도록 아름답게 출렁이는구나.
“조선 인민의 본때는 이렇게 내보이는 거 아니갔어?”
공지호는 모자로 사타구니를 질끈 누른 채, 오로지 퍼터를 든 손으로 만세를 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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